달라진 우리은행의 기둥춘천 우리은행 센터 양지희

WKBL에서 우리은행은 ‘허약한 팀’, 혹은 ‘만년 꼴찌’라는 타이틀로 대변되는 팀이었다. 4번의 플레이오프 우승을 했던 기억은 어느새 사라지고, 언젠가부터 4강 플레이오프에도 오르지 못한 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런 우리은행이 올 시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리에서 열린 KDB생명과의 공식 개막전에서 모든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승리를 거두더니 춘천에서 열린 하나외환과의 경기에서도 승리하며 10월 26일(금) 현재 2승1패로 공동 2위에 올랐다.
이렇게 달라진 우리은행의 원동력 중 하나로 예전과 비교해 탄탄해진 골밑, 즉 양지희의 활약을 꼽지 않을 수 없다.

프로경력 10년차의 양지희는 사실 그동안 ‘별 볼일 없는’ 선수였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하나외환의 전신인 신세계에서 주전 센터로 활약했지만, 팀 성적도 별로였고 개인적으로도 무엇 하나 뚜렷하게 보여준 것이 없기 때문이다.
185cm의 신장은 센터로 보통 키에 속했고, 몸싸움도 강영숙(신한은행)이나 신정자(KDB생명) 같은 다른 팀의 센터들에게 밀리기 일쑤. 이밖에 미들슛이나 풋워크 등 무언가 뚜렷한 무기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던 선수였다.

하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올 시즌부터 우리은행의 사령탑을 맡은 위성우 감독의 조련을 받은 그녀는 시즌 초반부터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녀가 들은 것은 칭찬이 아닌 호된 꾸지람뿐이었지만 말이다.
KDB생명과의 공식 개막전에서 양지희는 40분 풀타임 출장에 19점 6리바운드 2스틸 1블록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남겼다. 필드골 성공률이 50%(7-14)였고, 자유투도 6개를 시도해 5개나 성공시키는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이런 보이는 것만이 양지희가 가진 모든 것은 아니다. 수치로 나오지 않는 리바운드 과정에서의 박스 아웃과 다른 동료들을 살려주는 스크린 플레이, 그리고 발빠른 속공 및 수비 가담 등도 우리은행의 당당한 주전 센터 양지희를 나타내주는 것들.
KDB생명의 주전 센터이자 여자국가대표팀의 주전 센터인 신정자를 상대로 이렇듯 맹활약을 펼친 양지희 덕분에 우리은행은 개막전 첫 승이라는 이변을 연출해낼 수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막전 후 인터뷰에서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은 “비시즌 동안 정말 나에게 혼이 많이 났던 선수다. 여자라 그런지 눈물도 자주 보였다”고 말한 뒤, “우리 팀이 다른 팀과 비교해 신장이 작기 때문에 지희가 결국 해줘야 승부가 난다고 생각했다. 선수에게는 미안하지만, 팀과 선수 본인을 위해 정말 많이 혼냈다. 그래도 그렇게 공을 많이 들인 만큼 선수가 자신감을 찾고 플레이를 잘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제 막 시즌을 시작한 시점이라 아직 뭐라 단정내리는 것이 섣부르기는 하다. 그리고 첫 개막전 이후 양지희의 개인 기록도 내리막을 달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분명한 것 같다. 올 시즌 양지희는 분명 지난 시즌까지의 그녀와 다르게 변신했고, 그녀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우리은행의 성적이 달려있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플레이로 팀의 승리를 이끈 뒤, 팬들을 향해 보여줄 그녀의 활짝 웃는 미소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