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이제 시작이다!안산 신한은행 가드 김규희

우리은행 2013-2014 여자프로농구 우승컵에 도전했던 안산 신한은행. 신한은행은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승부의 향방을 바꿀 3점슛 찬스를 잡았지만, 간발의 차로 슛을 실패하면서 분루를 삼켜야 했다. 당시 마지막 슛을 던진 선수는 바로 김규희. 올 시즌 처음으로 주전 가드로 올라선 유망주다. 아직 22살의 김규희는 임달식 감독조차도 “가장 고마운 선수”로 꼽을 정도로 무서운 성장을 해냈다. 주전이라는 중책을 맡아온 그녀. 비록 마지막 슛은 실패했지만, 지난 6개월간의 경험은 그녀를 더 무서운 가드로 성장시켜줄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트 위 박신혜? 여자프로농구 팬들 사이에서 김규희는 김단비(신한은행), 홍아란(KB스타즈) 등과 함께 미녀 농구선수로 유명하다. 경기력보다 외모가 주목받는 것이 사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녀는 우승컵을 몇 번이나 들어 올린 실력파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지금껏 거머쥔 우승컵 수만 해도 5개가 넘는다. 고등학교 때는 출전 경기마다 10점 이상 득점하며 창단 첫 우승 선수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 우승컵 수집에 취미를 갖게 된 그녀는 2010년 프로 입단 후 2시즌 연속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2012-2013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도 우승컵을 놓쳤다. 아쉽진 않았을까. 김규희는 “지난 시즌, 우승을 못 했을 때는 뭔가 허탈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도전자의 입장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홀가분했어요. 비록 이번 시즌도 우승하지 못했지만 다시 웃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죠”라고 각오를 다졌다. 농구 욕심 많은 그녀 우승 이야기를 하던 김규희는 자신이 지금껏 농구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발레, 피아노, 태권도 등 이것저것 경험했지만 길어야 일주일 버틴 게 전부일 정도로 끈기가 부족했기 때문. 농구 역시 ‘방학숙제를 안 해도 된다’는 이유에서 시작했기에 가족들 모두가 머지않아 그만둘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규희는 농구의 손을 끈질기게 붙잡았다. 어느새 농구는 김규희에게 ‘잘하고 싶은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욕심을 실력으로 만들기 위해 그녀는 하루에 몇 백 번씩 코트를 뛰며 무빙슛 연습을 한다. 치열한 노력 덕분에 지난해에는 생애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2013 존스컵 멤버로 이름을 올린 그녀는 “뽑혔다는 것에 정말 감사했어요. 다른 팀 선수들이랑 연습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요, 국제 대회에 나가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았어요. 물론 우승해서 더 좋았고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우리 대표팀은 5전 전승으로 우승하며 2010년 후 3년 만이자 통상 10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당시의 기억이 단순히 ‘기쁨’만으로는 추억되지 않는 듯했다. 김규희는 “당시 세계선수권대회가 있었기 때문에 존스컵에 뽑힌 선수들은 ‘1.5군’이라 불렸어요. 왠지 사람들이 무시하는 것같이 느껴지더라고요. 오기가 생겨서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정말 열심히 했죠”라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믿음을 주는 선수 되고파 사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도 김규희의 역할은 ‘최윤아 백업’이었다. 그녀는 신한은행의 주전 가드, 최윤아의 체력 부담을 줄여주는 식스맨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시즌 개막 후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최윤아의 부상 공백이 길어지며 김규희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다.

“부담이 엄청났죠. 혼자서 경기를 끌어갈 수 있는 실력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윤아 언니의 자리를 어떻게든 매워야 했기 때문에 제 장점인 스피드를 활용해서 열심히 뛰었어요.”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도 칭찬 일색이다. “규희가 자신감을 가진 것 같다. 이젠 식스맨이 아니라 우리 팀 전력이 하나 더 늘었다고 생각한다”라며 말이다. 하지만 김규희는 지금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녀는 “제게는 ‘제2의 최윤아’라는 별명이 있어요. 정말 감사한 말이죠. 그러나 ‘김규희’라는 이름만으로도 ‘농구 잘하는 선수’란 믿음을 드리고 싶어요”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규희는 그간 경기를 치르며 느낀 단점을 모두 기록해뒀다고 한다. 비시즌 동안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서다. 매 순간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리는 김규희. 그녀가 써내려 갈 성장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