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 앞세워 삼성 새 주전으로 뜨다삼성 블루밍스 가드 유승희

평소의 그녀는 아직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넘친다. 스무 살을 넘겼지만 ‘천상’ 소녀다. 하지만 코트에선 180° 바뀐다. 누구한테도 기죽지 않고 ‘독기’로 맞선다. 사냥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공에 덤벼든다. 용인 삼성의 유승희(20, 176cm) 얘기다.

이러한 ‘독기’는 학창 시절부터 발휘됐다. 2012년 1월 11일, 전주 기전여고 2학년이던 유승희는 WKBL총재 배 대회 수원여고와의 경기 도중 코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다. 체육관 전체에 '쿵'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충격이 심했다. 뇌진탕이었다. 하지만 곧 오뚝이처럼 일어나 22득점을 올렸다. 비록 팀은 이기지 못했지만, 이 일로 인해 유승희는 많은 이들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악바리’로 각인됐다.

10개월 뒤, 유승희는 2013 WKBL 신인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3순위로 삼성(당시 삼성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여느 신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녀에게도 프로 적응은 쉽지 않았다. 2014년 1월, 퓨처스리그 경기 후 인터뷰에서 “어떤 때는 프로에 적응 된 것 같지만 확실히 아직 멀었다. 프로는 고등학교와 아예 다르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데 어렵다”라 말하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고등학교 때는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프로에 와서 그런 마음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예전의 악착같은 모습이 없어졌다”며 자신의 소극적인 모습을 반성하기도 했다. 이런 반성은 2013-2014시즌이 끝난 뒤 지독한 훈련으로 이어졌다. ‘레전드’ 박정은 코치(38)의 집중적인 조련 아래 새벽과 야간에 300~1,000개의 슈팅 연습을 했다. 그러면서 삼성의 ‘차세대 슈터’를 꿈꿨고 이번 시즌을 맞았다.

1라운드에 유승희는 거의 출전하지 못했다. 그녀의 포지션에 박태은, 고아라, 최희진 등 쟁쟁한 선배들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과 다름없이 퓨처스리그에서나 볼 것 같았다.

하지만, 유승희에게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지난 11월 24일 청주 KB스타즈와의 원정 경기. 2쿼터 시작과 함께 투입됐다. 그리고 1분 18초 만에 정미란을 제치고 하이포스트에서 중거리 슛을 성공시켰다. 시즌 첫 득점. 이 경기에서 그녀는 11분 47초를 뛰었다. 비록 한 골밖에 넣지 못했지만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이호근 감독 눈에 띄었다.

나흘 뒤 구리 KDB생명과의 원정 경기에는 선발로 출전했다. 그리고 경기 시작 1분 만에 왼쪽 사이드에서 모니크 커리의 패스를 받아 시즌 첫 3점 슛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3분 뒤 이미선과 교체됐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 벤치에 자리했다. 총 3득점 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12월의 첫 날 인천 신한은행과의 경기. 유승희는 2쿼터 코트에 나왔다. 맡은 임무는 앞선 수비. 파울을 두려워하지 않고 막아냈다. 결국, 4쿼터 5분여를 남겨두고 카리마 크리스마스에 5번째 파울을 범해 퇴장 당했다. 하지만, 21분을 뛰며 7득점 4리바운드로 생애 첫 1군 경기 수훈선수로 뽑혔고, 감동에 젖은 채 인터뷰를 했다. 그녀는 당당히 “농구에서 박정은, 이미선 변연하 언니를 모두 닮고 싶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4일 홈에서의 KB스타즈와의 경기는 유승희에게 있어 ‘인생 경기’였다. 23분 17초를 뛰며 11점 5리바운드로 데뷔 후 최고 기록을 세우며 팀의 승리에 큰 역할을 한 것. 지난 경기부터의자신감을 반영하듯, 장신 숲을 앞에 두고서도 골밑으로 돌진해 레이업을 성공시켰다.

최근 유승희의 활약에 이호근 감독은 흐뭇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렇지만 “앞으로 꾸준해야 한다. 2~3경기 잘하고 다운되면 소용이 없다. (유)승희가 아직 나이가 어려 ‘멘탈’관리가 부족한데, 이를 스스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며 조언과 지적도 잊지 않았다.

유승희는 이번 시즌 학창 시절부터 키워 온 ‘독기’로 삼성의 새 주전으로 떴다. 앞으로 그녀가 이호근 감독의 말에 따라 기복과 멘탈 문제를 해결한다면,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큰 선수로 자랄 것이다. 나아가 우리나라 여자농구를 짊어질 재목이 될 것이다.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