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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09 시즌 팀 리뷰 - 부천 신세계 쿨캣

작성일: 조회: 3117



1997년 창단해 1998년 전국체전 우승을 시작으로 1999~2002년까지 정선민, 이언주, 양정옥 등을 앞세워 여자프로농구계를 호령했던 신세계 쿨캣이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4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거함 신한은행과 접전 끝에 리그를 마감했다. 팀 리뷰 세번째 시간으로 신세계를 돌아본다.

시즌 성적 - 21승 19패(4위), 득점 64.3점(6위), 리바운드 31.8개(5위), 어시스트 13.2개(5위)

예상 성적 하위권, 조직력으로 만회

오프 시즌 신세계는 김정은, 김지윤 "김씨 콤비"로 탄탄한 백코트를 구축했지만 센터진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으며 잘해야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시즌 전 국민은행에서 영입한 김지윤을 필두로 박세미, 양정옥, 임영희 등 탄탄한 가드진과 변연하 대를 이을 "김군" 김정은이 버티고 있지만 센터진은 부상에 신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3라운드까지 이러한 예상은 어느정도 맞아 떨어지는 듯 했다. 초반 믿었던 김지윤가 김정은이 생각보다 좋은 호흡을 보이지 못해 득점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승보다는 팻수를 늘려갔던 것이다. 하지만 정인교 감독은 오프 시즌 내내 갈고 닦았던 한층 업그레이드 된 수비 조직력이라는 칼날을 숨기고 있었다.

신세계는 4라운드까지 국민은행과 저조한 성적 속에서도 치열한 4위 다툼을 펼쳤다. 후반으로 접어들면서도 백중세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었지만 정인교 감독 특유의 수비조직력이 선수들에 녹아들며 빛을 발해 수비로 상대 팀을 교란에 성공하자 공수 밸런스까지 안정되며 승수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이렇게 신세계는 어려웠던 초반을 슬기롭게 넘어가며 촘촘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후반기 리그 대반격에 성공, 한때 1위를 넘보았던 금호생명과 상대전적에서 밀린 4위에 오르며 리그를 마감할 수 있었다.

높이의 열세, 투지로 극복

허윤자, 양지희, 배해윤, 진신해로 이어지는 센터진은 리그 어느 팀과 비교해도 열세에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주전 센터인 허윤자와 양지희는 온몸에 부상을 달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운동이 체력을 넘어선 정신력이 있다는 것을 2008~2009시즌을 지나면서 확실히 보여주었다.

낮은 높이는 한발 더 움직이며 공간을 최소화했고, 센스 있는 협력 수비로 페인트 존 근처에서 슛팅을 어렵게 만들었다. 철저한 박스 아웃을 통해 리바운드 열세도 5위에 머물렀지만 어느정도 상쇄했고, 공격에서도 물러서지 않으며 꾸준히 공격에 가담해 내외각 득점 밸런스를 맞춰주었다.

특히 허윤자는 매 경기 더블 더블에 가까운 개인 기록을 만들어내며 투지의 극치를 보여주었고, 신인급에 해당하는 배해윤도 큰 언니들과 맞서 한 치 물러섬 없이 수비에서 절대적인 공헌을 해냈다.

이렇게 신세계 센터진은 가장 열세라는 주위 우려를 절반쯤은 기우였다는 것을 증명하며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신세계의 명암(明暗), 차세대 슛터 김정은

유일한 원핸드 3점 슛터라 할 수 있는 김정은이라는 존재는 신세계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높은 타점과 남자에 가까운 운동 능력에 나오는 폭발적인 득점력은 사실 한국여자프로농구에서 맨투맨으로 김정은을 막아낼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어 보이며 분명히 여자농구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할 선수 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 경기장을 사용하는 시야와 운영 센스, 그리고 감정의 기복은 한 팀을 책임질 수 있는 정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평가이다. 무리한 돌파로 2~3명을 붙여놓고 슛을 던지는 모습을 가끔 보여주고 있고, 백코트를 하지 않는 모습도 이따금 눈에 띈다. 김정은이 더 큰 선수로 클려면 분명히 고쳐야 하는 부분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김정은이 정인교 감독의 배려(?) 탓인지 후반기 매 경기 20점에 가까운 득점을 퍼부어 상대팀을 긴장 시킴과 함께 팀을 플옵에 진출시키는 데 절대적인 공헌을 하며 한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3라운드까지 심한 경기력 기복을 보였던 김정은 주위의 관심을 부담으로 받아 들이지 않고 지혜롭게 풀어내 희망으로 승화시키면서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는 등의 두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시즌이었다.


2000년대 초반 여러차례 우승을 일궈내며 전성기를 보낸 이후 하위권을 맴돌며 자존심을 구겼던 신세계 쿨캣이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2008~2009 시즌 부활의 신호를 알렸다. 일정 부분 언밸런스한 선수 구성 문제만 해결한다면 다시한번 지난날의 영화를 팬들과 함께 누릴 것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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