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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선수 가세한 3라운드 돌아보기

작성일: 조회: 4409



KDB금융그룹 2012-13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개막 이후 가장 팬들과 관계자들의 주목을 끌었던 3라운드가 12월 3일(월) 청주 KB와 춘천 우리은행의 경기로 막을 내렸다.

이번 3라운드는 다른 어떤 것보다 5년 만에 재도입하는 외국인선수가 오랜만에 선을 보이는 무대였기 때문에 경기 내적인 변수도 많았고, 팬들의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라운드였다.

3라운드 동안 활약한 각 팀의 외국인선수와 팀의 경기력을 기상도로 알아봤다.(모든 기록은 12월 6일 오전 기준)


춘천 우리은행(12승 3패, 1위) - 매우 맑음
3라운드 성적 : 4승 1패
티나 탐슨 3R 기록 : 경기당 평균 18.8점 10.4리바운드 1.4어시스트 1블록


3라운드에서 가진 5번의 경기 중 신한은행에게 1패를 안긴 했지만, 여전히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박혜진과 임영희, 이승아와 양지희 등 주축 멤버에 김은경과 배혜윤 등 벤치 멤버들도 큰 부상 없이 경기를 치르고 있다는 것이 강점. 비시즌 동안의 강훈련 때문인지 부상을 호소하는 선수도, 경기 중 많은 시간 풀코트 프레스를 시도해도 힘들다고 말하는 선수가 없다.

양지희 혼자 지키던 골밑은 경험 많은 외국인선수 티나 탐슨이 가세하면서 더욱 탄탄해졌다. 사실 초기만 해도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우리은행의 수비를 노장 축에 속하는 티나가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3라운드를 치른 결과 우려로 판명됐다. 움직임이 많은 앞선과 달리 뒷선에서 빠른 이해도와 노련미로 비록 움직임은 적지만, 우리은행의 수비에 적응이 끝난 상태.

또한 독불장군식의 플레이보다는 양지희를 비롯해 동료 팀원들을 살리는 피딩과 이타적인 플레이로 우리은행 선두의 숨은 공신이 되고 있다. 외국인선수에 초점을 맞추다 팀플레이가 무너지는 것이 일반적인 한국농구의 정서를 감안한다면 상당히 주목해야 할 만한 사실. 이런 우리은행의 3라운드에서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안산 신한은행(11승 4패, 2위) - 맑음
3라운드 성적 : 3승 2패
캐서린 크라예펠트 3R 기록 : 경기당 평균 16.4점 7.8리바운드 3.2어시스트 1.4블록


캐서린으로의 갑작스런 교체 결정은 라운드 초반 2연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원하던 선수가 아닌데다, 경기를 뛸 수 있는 몸 상태까지 아니었던 캐서린은 신한은행에 복이 아닌 재앙이었다. 코트에서의 움직임이 원활치 않던 캐서린의 가세로 상대팀은 오히려 하은주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에게 손쉽게 더블팀을 들어갔고, 공격에서도 4명이서 하는 효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필 3라운드 초반 타이트한 강행군을 치른 신한은행의 일정도 영향을 미친 이유 중 하나.

하지만 이런 신한은행도 휴식기를 가진 후 달라졌다. 11월 24일(토) 홈인 안산에서 가진 경기. 그것도 1위팀 우리은행에게 83-75로 승리를 거둔 것. 이 경기에서 캐서린은 모처럼 ‘21점-5리바운드-8어시스트’라는 기록을 남기며 ‘미운오리새끼’에서 단번에 ‘백조’로 탈바꿈했고, 이를 바탕으로 신한은행은 남은 3라운드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다시금 분위기를 회복했다.

임달식 감독은 3라운드 초반 2경기를 진 뒤, “다른 팀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팀은 외국인선수의 입국 즈음에 유독 원정 경기가 많았고, 경기 수도 많았다. 캐서린과 국내 선수들이 손발을 맞출 시간도 없었고, 상대팀에 대한 정보도 없었다”고 말한 뒤, “하지만 이후 상대 외국인선수들에 대한 분석도 시작했고, 캐서린도 국내 선수들과 호흡만 맞춘다면 충분히 제 기량을 발휘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임 감독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현재 11승 4패로 우리은행에게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경기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게 신한은행 측의 생각. 남은 시즌 동안의 신한은행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용인 삼성생명(7승 8패, 공동 3위) - 매우 맑음
3라운드 성적 : 4승 1패
앰버 해리스 3R 기록 : 경기당 평균 22점 11.6리바운드 3.4어시스트 1.4스틸 2.2블록

2라운드까지 이미선과 김한별, 김계령 등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5위까지 추락한 삼성생명이었지만, 3라운드 들어 이미선의 복귀 및 외국인선수 앰버 해리스의 가세로 고공행진을 기록하며 단숨에 3위로 뛰어 올랐다.

삼성생명의 외국인선수 앰버 해리스는 올 시즌 WKBL 최고 외국인선수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화려한 테크닉과 파괴력을 지닌 선수다. 신한은행과의 3라운드 경기에서 데뷔전을 가진 그녀는 국내 최장신 센터 하은주를 블록슛 하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팀의 66-51의 승리를 견인했다.

골밑의 해리스와 가드 이미선, 포워드 박정은 등 베스트 5중 3명의 안정감이 채워지면서 조직력에도 안정감이 생겼다. 특히 시즌 초반 승수보다 패하는 경기가 많았지만, 그 가운데서 경험을 쌓은 고아라와 홍보람, 이선화, 이유진 등의 선수들이 나머지 두 자리를 메우며 농구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있는 것.

여기에 현재 재활중인 센터 김계령과 슈팅가드 김한별까지 복귀한다면 삼성생명의 2위 진입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청주 KB(7승 8패, 공동 3위) - 보통
3라운드 성적 : 2승 3패
리네타 카이저 3R 기록 : 경기당 평균 22.6점 12.6리바운드 1.4어시스트 1스틸 1.2블록


KB스타즈의 3라운드 성적은 2승 3패. 사실 썩 좋지는 못한 결과다. 우선 외국인선수 리네카 카이저의 개인 기량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3라운드에서 경기당 평균 22.6득점을 올리며 6개 구단 외국인선수 중 가장 높은 평균 득점을 올렸다. 12.6리바운드도 KDB생명의 비키 바흐에 이은 2위. 센터로서 기본인 득점력과 제공권 장악에서는 제 몫을 어느 정도 해주고 있다는 반증이다.

다만 문제는 국내 선수들과의 조화다. 현재 KB에 골밑의 카이저에게 날카로운 어시스트를 해줄 포인트가드가 없다는 것이 문제. 주전가드로 나서는 박세미와 홍아란 모두 외국인선수와 경기를 가진 경험이 없을뿐더러, 특히 홍아란의 경우는 지나치게 카이저에게 볼을 투입하려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외곽의 찬스가 있는 경우도 무조건적으로 포스트의 카이저에게 볼을 주려다 보니 스틸을 당한 경우도 많은 것.

또한 카이저 역시 포스트에서 외곽으로 볼을 빼주는 피딩 능력이 썩 좋지 않아 외곽의 변연하나 강아정에게 주는 패스가 여의치 않다. 따라서 카이저의 포스트 공격이 여의치 않으면 이것이 상대팀의 협력 수비에 이은 스틸과 그에 따른 속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또 한 가지는 국내 빅맨인 정선화가 카이저의 가세로 플레이가 위축됐다는 점이 아쉽다. 미드 레인지보다는 골밑에서 볼을 잡아 포스트업으로 득점을 올리는 정통 센터 플레이가 주무기인 정선화로서는 카이저와 행동 반경이 겹치게 돼 본의 아니게 미드 레인지까지 나오게 된 상황. 두 센터 간의 하이-로우 게임을 기대하기에는 손발을 맞춘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구리 KDB생명(5승 11패, 5위) - 흐림
3라운드 성적 : 1승 4패
비키 바흐 3R 기록 : 경기당 평균 12점 14.7리바운드 1스틸 1블록


시즌 전만 하더라도 신한은행과 우승을 다툴 후보로 여겨졌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더구나 외국인선수의 가세로 분위기 전환을 꾀할 것이라 기대했던 3라운드에서는 1승 4패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짧게나마 손발을 맞췄던 비키 바흐가 부상을 당해 일시교체가 불가피하게 되면서 이옥자 감독의 고충이 더욱 더 심해진 상황이다.

일시교체로 낙점된 애슐리 로빈슨도 비자 문제로 3라운드 마지막 2경기는 결국 뛰지 못하면서 연패에 빠진 것. 지난 11월 25일(일)에는 최하위인 하나외환에게도 57-58로 패하면서 사기도 바닥에 떨어지게 됐다. 이러다 보니 주축 국내 선수들의 피로도가 다른 어떤 팀보다 심각하다.

특히 혼자서 골밑을 지키며 공수를 책임지는 신정자의 체력 안배가 그 어떤 때보다 중요한 시점.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혼자서 많은 부담을 안다보니 자칫 부상을 당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외곽의 한채진과 조은주 등은 김보미가 있어 그런대로 로테이션이 가능하지만, 현재 KDB생명 입장에서 신정자가 빠지게 되면 그 공백을 메울 선수는 없다. 체력 안배를 해주고 싶어도 전력의 약화가 너무도 절대적이라 KDB생명의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선수들의 줄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거듭하고 있는 KDB생명은 어떤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이 난관을 헤쳐갈까?



부천 하나외환(4승 12패, 6위) - 흐림
3라운드 성적 : 1승 4패
나키아 샌포드 3R 기록 : 경기당 평균 17.4점 11.8리바운드 1.6어시스트 1.4스틸 1.2블록



신생팀인 하나외환에게 한국에서의 경험이 풍부한 나키아 샌포드는 조동기 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였다. 실제로 샌포드는 과거와 똑같은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어린 하나외환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개인 기록도 나쁘지 않아 경기당 평균 17.4점에 11.8리바운드로 준수하다.

문제는 국내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가 두드러진다는 점. 샌포드의 가세 이후 김정은 정도를 제외하면 득점력 저하가 눈에 띈다. 김정은과 함께 외곽을 책임지던 박하나와 골밑의 허윤자 등이 경기력에 기복을 보이기 시작한 것. 샌포드의 등장으로 공격의 대부분을 의식적으로 샌포드에게 맡기다보니 자신들의 득점력을 잃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11월 30일(금) 부천에서 가진 삼성생명과의 홈경기에서 57-60으로 패한 뒤, 조동기 감독은 “우리 팀에서 가장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는 나키아 샌포드다. 이런 점을 선수들에게 얘기하며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선수로써 열심히 하는 모습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을 보여주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단 현재의 하나외환은 기술적인 부분을 떠나 실책을 줄이고, 지나친 외국인선수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WKB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