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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떠러지’ KB…신한은행도 방심 금물

작성일: 조회: 4058



기대대로였다. 정규리그에서 팽팽한 승부를 자주 연출했던 안산 신한은행과 청주 KB 스타즈가 우리은행 2013-2014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박 터지는 접전을 펼쳤다. 1차전에선 신한은행이 10번의 동점, 13번의 역전을 주고받는 접전 끝에 77-74로 이겼다.

KB로선 ‘낭떠러지’가 따로 없다. 1패는 곧 ‘시즌 종료’를 의미한다. 오는 22일 오후 7시 홈인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2차전을 이겨야 내일이 있다. 총력전을 불사해야 한다.

챔피언결정전 진출까지 1승 남겨두고 있지만, 신한은행 역시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자칫 2차전에서 패하면, 다 잡은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빼앗길 우려가 있다. KB는 언제든 폭발적인 3점슛을 뽐낼 가능성을 갖고 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KB, 결국은 하은주 봉쇄가 관건

서동철 감독은 1차전을 앞두고 하은주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놓았다. “선수들은 정규리그에서 하은주가 뛴 신한은행에 이긴 경험을 토대로 자신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나는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하은주가 기용되면 수비, 리바운드 모두 열세에 놓인다.” 서동철 감독의 말이다.

서동철 감독의 걱정은 1차전에서 현실이 됐다. 전반은 좋았다. KB는 정미란의 부지런한 몸싸움, 김수연의 신장, 모니크 커리를 앞세워 전반 리바운드 싸움에서 19-15로 앞섰다. 전반 내내 3점슛이 침묵했음에도 4점 앞선 채 마칠 수 있던 원동력이다.

하지만 하은주가 투입된 3쿼터, KB의 수비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높이에 약점을 안고 있던 탓에 한참 위에서 공을 걷어내고, 슛을 시도하는 하은주를 당해내질 못한 것. KB는 정미란 또는 김수연이 몸싸움을 하는 가운데 하은주에게 공이 투입되면 커리가 순식간에 협력수비를 펼치는 전술을 펼쳤다. 하지만 도리어 팀 파울에 일찍 걸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KB는 3쿼터 중반에 주도권을 빼앗겼고, 이후 재역전에 실패했다. 신한은행의 외곽슛이 불을 뿜으며 존 디펜스를 구사했지만, 리바운드가 더욱 밀리는 폐단을 낳았다. 결국 KB는 최종 리바운드에서 33-34으로 밀렸다.

1차전에 단 4분 56초를 소화한 하은주는 체력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짧게는 3~4분, 길게는 10분 이상 출격도 가능하다. 한번 호되게 당한 만큼, KB는 이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서동철 감독이 강조한 건 정신력이다. “존 디펜스를 서면 아무래도 박스아웃이 어려운 건 사실”이라 운을 뗀 서동철 감독은 “리바운드는 단기간 연습한다고 좋아지는 게 아니다. 정신력을 강조하며 맞서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신한은행, 이번에도 커리 봉쇄?

신한은행은 성공적으로 1차전을 마쳤다. KB의 최대 장점인 3점슛을 3개로 묶었고, 후반에는 리바운드도 장악했다.

신한은행은 이날 74실점을 기록했는데 가운데 모니크 커리에게 39.2%인 29실점했다. 이는 철저하게 짜여진 전술에 의한 기록이었다. 임달식 감독은 1차전이 끝난 후 “커리에게 줄 점수는 주고, 나머지 선수들의 공격을 봉쇄할 계획이었다. 생각대로 풀렸다”라고 말했다.

실제 KB는 커리를 비롯해 변연하(17득점), 강아정(13득점) 외에 5득점 이상 기록한 선수가 없다. 신한은행 역시 두 자리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3명이었지만, 이들 포함 5득점 이상 올린 선수가 7명에 달했다. 임달식 감독이 시리즈에 앞서 자신한 식스맨 싸움에서도 앞선 것이다.

다만, 변연하에게 4쿼터에만 10득점을 내준 건 찝찝하다. 4쿼터 중반 11점차로 달아났지만, 결국 3점차까지 추격을 허용한 것도 변연하에 대한 수비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달식 감독은 이에 대해 “앨레나 비어드가 체력적으로 지친 상황이었다. 그래서 작전타임으로 KB의 흐름을 끊었다”라고 말했다. 이날 비어드는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제몫을 다했다. 커리가 상대적으로 확률이 떨어지는 무리한 돌파와 중거리슛을 시도하게 유도했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진 후에는 KB가 커리를 활용한 2대2 공격에 대한 대처가 미숙했다.

한 번 당한 전략을 또 당할 KB가 아니다. 신한은행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임달식 감독은 2차전에서도 커리 외의 선수들을 봉쇄하는 작전을 펼칠까. 이 작전이 통하기 위해선 1차전처럼 쉐키나 스트릭렌과 비어드의 역할 분담도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