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 1순위도 '얼짱 신혜인' 빛에 가렸다
실수연발 노이로제 매일 500개 슛 연습 극복
“농구랑 연애하나봐”차세대 대표감 우뚝
“수 년 안에 역대 어떤 선수보다 나은 한국 여자농구대표 포워드로 자리매김할 선수다.”(정은순 장내 해설위원)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무한히 가능성이 있는 선수다.”(조문주 성신여대 감독) 지난해 신인왕 금호생명 정미란(20·1m84)은 1년 새 훌쩍 컸다. 2년 차로는 유일하게 주전을 꿰차고 3점슛(4위), 가로채기(6위) 튄공잡기(8위) 등에서 모두 10위 안에 이름을 올려놨다. 정확한 외곽슛, 정선민과 맞서도 밀리지 않는 수비, 경기 내내 한치의 표정변화도 없는 침착함과 근성.
하지만 프로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첫 출발인 지난해 신인 선발부터 쓴맛을 보았다. 온통 얼짱 신혜인(신세계)의 사진과 이름 뿐, 1순위로 뽑힌 그는 철저히 가려졌다. “집으로 가는 경남 사천행 차 안에서 ‘아, 사회가 이렇구나’하고 생각했죠. 화도 나고 황당하기도 하고….” 시련은 겹쳐 왔다. 내내 센터만 한 그에게 키 큰 외국인 선수가 있는 프로무대는 스몰 포워드로 변신할 것을 요구했다. “하얗게 떠서 발만 구르고 있었어요. 하도 실수를 해서 이름만 불려도 ‘또 내가 뭘 잘못했나’할 만큼 거의 노이로제 수준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죠.” 하지만 지는 걸 싫어하는 투쟁심이 스스로 채찍을 가했다. 매일 코트에 미리 나와 500개씩 3점슛을 던지고 위치를 익혔다. “차차 발전이 보이니까 너무 농구가 재미있어지는 거에요. 뻔히 재수없단 소리가 돌아올 줄 알면서도 ‘내가 농구랑 연애하나봐’라고 떠벌리고 다녔다니까요.” 결국 1년 만에 완전히 새 자리에 적응했고 도드라졌다.
선배들의 장점만 배우고 싶다는 당찬 프로 2년생은 매일 이 말을 되뇐다.
“아~ 성공하고 싶다.”
by 한겨레 성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