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 죽겠지만 팬들이 힘내라고 하는데 안낼 수가 있나요.”
천안 국민은행의 정선민(31)은 4일 춘천 우리은행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팀 훈련과 컨디션 조절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없는 시간에도 ‘싸이월드’만은 꼬박꼬박 찾는다.
아무리 힘들어도 ‘힘내’라는 팬들의 격려를 접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곤 한다. 그것이 가장 큰 ‘행복’이란다.
“올시즌이 여느 대회보다 무척 힘든 리그였다”는 정선민은 “요새 사는 게 사는 건가요”라며 한숨을 푹 내쉰다. 사실 그의 몸상태는 최악이다. 지난해 발목 수술한 부위가 도져 진통제를 맞으며 뛰고 있다. 팀의 고참이자 주장이다 보니 중요한 시기에 몸상태 운운하며 한발 빼고 있을 수 없다. 링거를 맞아야 할 정도로 심한 몸살 감기를 앓은 다음날인 1일 삼성생명과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변함없이 코트를 누볐었다.
만사가 힘들다가도 일단 코트에 나서면 팀의 대들보답게 승리를 지휘한다. 승부의 고비에서는 어김없이 분위기를 띄우는 한방씩 터뜨리고, 들쭉날쭉한 플레이로 팀의 ‘구멍’으로 불리는 티즐리에겐 “잘 한다. 너의 몫이 중요하다”고 엉덩이를 다독거린다. 박명수 우리은행 감독도 “정선민의 노련미에만 말려들지 않으면 이길 수 있다”라며 경계심을 늦추지않는다.
지난 리그 플레이오프 때의 후회가 큰 만큼 그의 각오도 힘차다. 당시 금호생명과 2차전 때 오른 정강이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던 정선민은 3차전에서 발목까지 접질려 힘을 못 썼고, 결국 금호생명에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내줬다.
“이 때를 위해 힘들게 땀 흘려왔다. 이젠 모든걸 하늘에 맡기고 마지막 힘을 코트에 쏟는 일만 남았다”는 정선민. 정선민이 있기에 국민은행은 항상 ‘플러스 알파’를 갖고 있다.
by 스포츠한국 오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