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안 하는데 할 얘기가 뭐가 있겠어요?”
박명수 우리은행 감독은 13일 삼성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이긴 후에도 여전히 얼굴이 굳어 있었다.
우리은행이 삼성생명에 2점차(24-22)로 쫓긴 위기의 상황. 코트에서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우리은행이 전반 종료 1분29초를 남겨두고 김계령을 제외한 주전을 모두 빼고 벤치 멤버들을 투입한 게 아닌가.
또 으레 경기 중에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코트를 서성이던 박명수 감독은 묵묵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하프타임 때에도 박명수 감독 대신 이영주 코치가 선수들을 모아놓고 작전지시를 내렸다. ‘우리은행이 경기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에 취재진들이 술렁거렸을 정도. 박명수 감독은 경기 후 “경기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선수들이 태만해서 자극을 주기 위해 그랬다”고 설명했다.
상대 수비가 거칠게 나온다고 몸을 사린 것은 정신력 문제라는 것.
그 효과 덕택이었을까. 우리은행 선수들의 얼굴엔 여유가 사라졌고, 전투적인 수비싸움 끝에 결국 삼성생명의 거센 추격을 잠재웠다.
“다음 3차전도 이겨 우승하겠다”는 박 감독. 플레이오프 4연승의 파죽행진을 벌인 우리은행의 뒤에는 ‘호랑이’ 가면을 쓴 ‘여우’ 박 감독이 있었다.
by 스포츠한국 수원 / 오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