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2005 겨울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이 열린 13일 수원실내체육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2연패를 당한 뒤 인터뷰실에 들어온 정덕화 수원 삼성생명 감독의 얼굴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계약서에 그렇게 돼있다는데 어쩌겠어요. 3차전 당일 새벽에 도착한다는데 컨디션이 어떨지는 두고 봐야지요.”
원 소속팀인 NWBL리그 콜로라도의 경기에 뛰기 위해 돌아간 용병 루스 라일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삼성생명은 13일 열린 춘천 우리은행과의 2차전에서 라일리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 채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사상 최소득점인 47점만을 올리는 불명예를 당하며 완패했다. 2연패. 이제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겨야 챔피언에 오를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4강 플레이오프 탈락의 위기에서 미국국가대표 출신의 ‘특급용병’ 라일리의 합류로 극적으로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따낸 삼성생명. 4강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2위 인천 금호생명을 2승으로 완파하며 챔피언전에 오를 때만 해도 지난 4시즌 연속 준우승에 그친 악몽을 떨쳐버릴 수도 있다는 기세였다.
그러나 라일리가 2차전에서 결장하면서 어느덧 ‘5시즌 연속 챔피언전 패배’라는 벼랑끝에 몰려있다. 지난 2002년 여름리그부터 이어져온 지긋지긋한 챔피언전 패배 징크스가 또다시 삼성생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미선-변연하-박정은-김계령으로 이어지는 국내 최고의 토종 라인업을 자랑했던 삼성생명은 지난 2002년 여름리그에서 김영옥이 맹활약한 신생팀 현대에 우승컵을 넘겨주면서 악몽같은 ‘준우승 징크스’에 시달리기 시작됐다. 또 이듬해인 2003년 여름?겨울리그에선 우리은행의 ‘괴물용병’ 타미카 캐칭을 넘지 못한 채 분루를 삼켜야 했다. 삼성생명은 이어 2004 겨울리그에서는 타미 서튼브라운과 디안나 잭슨 등 2명의 용병이 함께 뛴 금호생명에 4번째 우승컵을 넘겨줬다.
올시즌 역시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라일리가 3차전이 열리는 15일 새벽 한국으로 돌아오지만 4일동안 20시간이 넘는 비행을 하고 시차가 2번이나 바뀌는 상황에서 그가 어느 정도 컨디션을 회복해줄지 미지수다. 초호화 멤버들을 번갈아 기용하며 상대적으로 체력을 비축해온 우리은행은 챔피언전 들어 그 위력을 맘껏 뽐내고 있다. ‘비운의팀’ 삼성생명이 극적인 3연승으로 4전5기의 신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by 스포츠투데이 허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