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날 같아요.”
춘천 우리은행의 김영옥(31ㆍ168㎝)은 플레이오프 MVP로 호명되는 순간 왈칵 울음을 쏟아냈다. 한 선수가 단일 시즌에서 정규리그 MVP와 플레이오프 MVP를 동시에 석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영옥을 응원하러 춘천에서 온 친정 어머니도 눈물겹기는 마찬가지. 평소 심장이 약해 서울 원정경기는 고사하고 춘천 경기조차 제대로 자리를 지키지 못했던 어머니 조윤실(63)씨는 2002년 여름리그 현대에서 우승할 때도 TV 중계로 지켜봐야만 했다.
그러나 ‘좋은 느낌이 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작정 서울행에 몸을 실은 어머니는 딸의 우승을 직접 두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김영옥은 “노장도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 더 악착같이 뛰었다”면서 “고향팀 우리은행에서, 그것도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우승해 더할 나위없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영옥이 가장 감사를 돌리고픈 대상은 남편도 가족도 아닌 바로 박명수 우리은행 감독. 2세 문제나 은퇴시기 질문에 매번 “박 감독님이 필요할 때까지는(안 하겠다)”이라며 말꼬리를 흐려 주위에 폭소를 터뜨렸다.
김영옥은 “초반에 살이 너무 빠졌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팀의 체력 운동량이 너무 많아 힘들었는데 주변에서 체력이 좋다고들 해서 힘든 내색도 못했다”면서 “나를 믿고 영입해준 감독님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물론 경기장에 오고도 바로 만나보지 못한 남편을 만나면 꼬옥 안아줄 생각이란다.
by 스포츠한국 장충체육관 / 오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