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제 말고 이런 건 어떻습니까??
1. 선수-팬 밀착형 관중석 구조
코트 사이드, 벤치 뒤, 선수들 라커룸으로 향하는 이동경로에
관중석 마련
좀더 팬과 선수가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스테이플스센터의 잭 니콜슨처럼
함께 호흡하고.
기록원이나 중계진 옆에 자리도 남던데
관중의 흥미 유발에, 리그 흥행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코트 사이드가 아닌) 1층에 관중석 설치 시
경사를 달리해야 관람하는 데 좋을 것으로 생각하고
2. 경기 시간 재검토
17시가 여농팬들이 경기장 찾기에 가장 적합한 시간인지 의문입니다
그맘때는 근무시간 퇴근이동시간이고 저녁시간인데
잠재적 관중들이 직관을 계획표에 넣기보단 배제하기 쉬운 시간표입니다
경기장에 찾아와 줄 것을 기대하는 대상이
누구, 어느 계층, 어느 세대에 해당하는지를 따져보고
기존 시간표를 유지할 수도 조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네요
WKBL을 KBL의 sub로 여기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WKBL의 발전과 흥행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WKBL과 KBL은 스타일도 다르고, 달라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3. 명장
용병이 아니라 명감독을 영입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습니다. 히딩크처럼
의사소통 등 여러모로 불편한 점들이 신경 쓰인다면
좀더 쉬운 방법으로 감독, 코치들의 연수를 생각해볼 수 있겠고.
감독들이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게임 전략이 팬들에게 먹혀들지 못하고 있고,
유소녀 농구에서부터 프로에 이르기까지 신인 선수들을 제대로 발굴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면
지도자들의 지도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4. 용병제의 부작용
i. 일시적 반짝효과와 심각한 loyalty 부재
용병은 기간제 계약직에 그들의 본무대는 따로 있습니다
1년 뒤, 이삼 년 뒤 언젠간 돌아 갈 타국 선수들에게
얼마나 팬들의 사랑과 관심이 지속될 수 있을까요
일시적으로 궁금증에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손 치더라도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선수들의 사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팬들의 충성도에도 타격을 입힌다는 사실을 밝히고 싶습니다
용병들이라도 와야 경기장을 찾는다는 말씀을 하는 분들에겐
지속적으로 경기장을 찾을 만큼 여자농구를 사랑하느냐는 질문을 해보고 싶고
ii. 뻔한 얘기
용병이 주전 한 자리를 차지하는 만큼 비주전이 설 자리는 사라집니다
용병의 경쟁 상대는 아이러니하게도
붙어볼 기량이 되는 주전들이 아니라 비주전 멤버들.
(소수 선수 위주로 운용하는 팀, 다수 선수 기용하는 팀 / 용병 4,5번 포지션 가정)
이해하기 쉽게 특정 팀을 가지고 이야길 해보자면
신한을 예로 들겠습니다
- KDB가 맞붙는데,
알다시피 라인업 5명 중 2명 정도를 골밑 멤버로 기용하죠
그 2명은 보통 기량이 되는 3명을 가지고 돌려가며 구성하는데
용병 강OO 하OO
용병 신OO 곽OO(원OO)
신정자 선수의 출전시간이 자연히 증가합니다(안 그래도 많은데).
시합 중 구성되는 용병.강OO 용병.하OO 라인업을 상대하기 위해선 그래야 할 겁니다
산술적으로 접근해서 (기존 상황을 토대로)
골밑 자원 3명 중
35분 정도 담당하는 선수 1명 + 20분 정도씩 담당하는 선수 2명 = 75분 가량 소화
용병 도입 시
용병 35분 + 강OO 30분 + 하OO 10분 = 75분
용병 35분 + 신OO 35분 + OOO 5분 = 75분
37, 8분씩 뛰면 75분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경기에선 더한 상황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하는데
체력 세이브하며 팔팔하게 뛰어다닐 수 있는 쪽이 어느 쪽인진 자명하죠?
75분이 아니라 80분으로 따질 땐 더 좋지 않고.
덧붙여
용병이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선
하OO 선수의 출전시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파고들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했었습니다
강OO 선수의 부담이 커진다거나,
그래서 골밑에 한 명만 세우고, 김단비 선수가 4번으로 올라오는 라인업도 심심찮게 봤고
용병과 주전 센터로 75분 남짓을 소화한다는 얘기는 달리 말하면,
그나마 기회를 갖던 선수들의 경기 출전 시간 대폭 축소를 의미합니다.
- 다수 선수를 기용하는 팀의 경우
35분, 30분, 10분 정도 되던데
출전 시간의 문제보단 용병에 치중된 공격 루트가 더 문제로 부각될 수 있습니다
한새팀 같은 경우 특출난 스타플레이어, 베테랑보단 두터운 선수층이 장점인데,
용병 대 용병 매치업을 제외한 다른 골밑 구성,
상대 주전센터와의 대결.....
용병에게 공격을 많이 미룰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공통적으로 다수 소수 할 거 없이
정작 기량발전을 위해 출전기회를 보장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 선수들에게 쥐약
원년 멤버가 하나둘 떠나가고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이 시점에서 용병제가 재도입된다면
공격을 많이 미루지 않을까 심히 걱정됩니다
노장에겐 한계가 있고, 감독들이 완성되지 않은 선수들은 미덥지 않아하고
이전 글을 보니
용병이 56점을 찍었다느니,
클래스가 어느 정도 되는 선수도 패스만 하고 있었다느니 등의 글이 보이던데
어린 선수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출전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격을 미루는 만큼, 공격 기회가 one time이라도 줄어드는 만큼
말씀하시는
한시적 도입으로 이루고자 하는 선수 보강에는 더 독이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성장은, 스포츠에서의 성장이라는 건
코트에서의 역할, 실전에서 겪은 플레이 경험들이 자양분이 되는 건데 - 주연으로서
올라와야 할 선수들을 제한적 롤플레이어로 전락시켜버리면
기대만큼 성장은 따라주지 않습니다
5. P.S.
쉽게 눈에 띄는 용병제 채택이 일견 매력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감히 말씀드려 돌려막기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용병은 몇 년이 지나든 내 자본, 우리 자본, 대한민국 자본이 아닙니다
한채진, 이연화 선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선수가 제 기량을 뽐내는 데는 일정 시간이 필수불가결합니다.
꾸준한 출전시간 보장과 중요 역할이 동반된 일정 시간
비주전이 의미 있게 뛸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는 데 계속해서 힘써주시고,
비주전의 출전 기회를 늘려야 할 형국에 반대되는 처사를 하지 않으시길 간곡히 바라 마지않습니다.
당장의 화려함을 위해 지력을 소모케 하는 나무를 옮겨 심은 자리에는 메마른 토지만이 남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궂은일에다 오래 걸리는 일이라 할지라도
지속적으로 비옥한 토양을 가꿀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
건강한 재목을 자랄 수 있게 하는 길이고,
제2의 터키 참사가 다시 나오지 않게 하는 정도라 생각합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써서 올린 이 모든 건
좋은 기량을 발휘해주는 여자농구 선수를 한 명이라도 더 많이 보고 싶은 마음 외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