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보기 메뉴바로가기

본문내용

누가 정선민에게 돌을 던지랴?

지난 여름리그 당시 기자단 투표에 의해 정정당당하게 시즌 MVP로 선정된 정선민을 두고 당시 여론이 휘두르는 언어적 폭력은 어떠했던가? 이 시대 최고의 테크니션임에 틀림없는 스타 선수가 언론의 경쟁적 폄하속에서, 커리어가 일천한, 비교되는 용병 선수보다 훨씬 저급한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었다.

정선민의 MVP선정은 기록 뒤에 숨은, 팀조직의 정신력을 조율하는 능력이나 경기 시야 등을 높이 사서 선정했으며 실제로 중요한 경기일수록 게임의 승패를 좌우하는 요인은 겉으로 보이는 기록보다도 선수들의 정신력임을 우리는 자주 보아오지 않았던가.

이제 또 한 여농 팬이 정선민의 지난 이야기를 들어 배신감에 떨듯이 감정적 격분으로서 대응하고 있다. 아무리 스타가 대중의 물신주의적 이상을 반영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감정적 격분은 분명 뭔가 '한국적'이다.

정선민을 ‘끊임없이 변신하는 여자 농구 리더’ 또는 ‘한국 최초의 WNBA진출자’ 란 말로 규정하면서 대중은 그녀에게 어떤 욕망을 투사해왔을까? 정선민은 이러한 찬사를 얻은 대가로 감정도 아픔도 없는, 동네북의 자리에 머물러 있어야만 할까?

정선민은 농구선수이기 이전에 하나의 여성이자 지극히 개인적인 인간이다. 몸이 아플 적에 사람들은 때론 엄살을 피우기도 하고, 어렵거나 힘든 일을 회피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그녀는 몸이 전 재산인 프로선수이다. 부상을 입었다면 아무리 국가가 부를지라도 거부할 권리가 그녀에겐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부상을 입지 않은 정선민의 국가대표 거부에 대해서는 비판적 판단을 내려야만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부상과 선수로서의 미래에 대해 적극적인 옹호로써 임한 한 똑똑한 농구선수를 두고 근거 없는 혐오를 무더기로 실어 나르고 있다.

한국 최고 농구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이 항상 이렇게 편견이 심한 방식으로 논하여지고, 귀결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뛰어난 한 스타를 ‘공인’으로 다루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한 사회의 건강도를 측정하는 바로미터는 권위 있는 스타의 많고 적음에 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역설일까? 대중스타이든지 운동선수이든지간에 그가 오랜 세월 동안 스타로 남을 수 있는 사실은, 그가 자신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획득해가면서 ‘커리어’를 쌓아갔다는 점과 사회가 그의 능력을 인정하고 공인으로서 대우해준 점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됨으로써 그 스타는 정선민이 안타깝게 토로했듯이 자신의 고난과 열정을 통해 얻게 된 커리어와 재능을 후배 선수를 키우는 일에 사용함으로써, 모범적인 대중스타로서 우뚝 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연륜이 오래 된 스타가 드문 이유도 그들에 대해 지나친 감정적 바라보기와 그들이 힘껏 쌓아온 능력과 재능을 하찮은 것으로 취급하는 대중스타에 대한 얄팍한 우월의식때문이다.

나는 자신이 하는 일에 관해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온몸으로 부딪혀 보이는 '메시지'가 있는 농구스타를 만나고 싶다. 정선민은 경기 중 다친 부상때문에 국가대표를 거부한 일에 대해 팬 앞에 사과해선 안 된다.

그것은 지난 수년간 농구선수란 직업인으로서 수행해왔던 자신의 힘든 노동의 역사를 지워버리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정선민을 사랑하는 팬앞에 영원히 당당하지 못한, 부끄러운 선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입력 가능 300자 이하 (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