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무릎이 안 좋아서 올해는 정말 중요한 경기에만 뛸 것 같아요"
은퇴를 앞둔 여느 운동 선수의 얘기가 아니다. 22년 전인 1984년 LA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농구가 은메달을 따낼 당시 주역이었던 가드 이형숙(42) 씨의 말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영원한 회장님'으로 불리는 송진우보다도 2살 많은 그가 대만에서 아직도 현역으로 코트를 누비고 있다.
1984년 당시 은메달을 함께 따낸 주역들은 박찬숙(47) 대한체육회 부회장, 최애영(47) WKBL 심판, 김화순(44) 씨, 김영희(43) 씨 등으로 올드팬들의 추억 속에서도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도 이형숙 씨는 다만 무릎 상태가 나빠 올해는 많은 경기를 못 뛸 것 같다는 정도다.
1992년 실업농구 한국화장품에서 은퇴한 뒤 대만으로 건너간 이형숙 씨는 이후 3년을 더 뛰고 1996년 초에 다시 은퇴했다.
이후 대만 실업팀, 고교 팀에서 지도자로서도 성공을 거둔 이형숙 씨는 2004년 대만 남부에 있는 시치엔(實踐)대학에 입학하면서 다시 코트 복귀를 하게 됐다.
1980년대 한국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활약하던 이형숙 씨의 전격 복귀로 당시 2부리그에 머물던 시치엔대는 단박에 8개 학교가 겨루는 1부리그로 승격됐다.
1부리그로 올라온 첫 해였던 지난 시즌 이형숙 씨의 활약은 나이를 무색하게 할 만큼 화려했다.
지난 해 12월22일 열린 세신대와 경기에서는 양팀 통틀어 40분을 모두 뛰며 8점에 어시스트 7개로 팀의 68-59 승리에 앞장섰다.
또 올해 3월30일에는 국립체원(國立體院)을 상대로 32분을 뛰어 무려 24점(5어시스트)을 꽂아넣기도 했다.
물론 대만 대학농구의 수준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1부 팀들의 경우 한국 대학팀들과 경기를 해도 대등한 수준"이라는 것이 이형숙 씨의 말이다.
'20대 선수들과 함께 뛰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경기 전에 '좀 봐달라'고 부탁하고 시작한다"고 웃는 이형숙 씨는 현재 여고 팀인 보문고 감독, 시치엔대 학생 및 선수 등 일인 다역을 소화해내고 있다.
캠퍼스가 대만 북부와 남부로 나뉘어 있는 시치엔대에서 이형숙 씨는 남부 캠퍼스 선수들을 틈틈이 가르치는 사실상 코치 역할까지 하고 있다.
19일 전화 인터뷰에서도 "지금 훈련 중"이라고 할 정도로 12월부터 시작되는 대학리그 준비에 한창인 이형숙 씨는 '농구와 결혼했다'는 주위의 말이 틀리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