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이란 말이 있다.
황제와 국왕을 아우르는 말이라고 한다.
산업(금호)은행과 신한은행과의 경기는 인간극장을 방불케할 정도로 안타까운 게임이었다.
여자농구 팬들은 승부보다는 몇 안되는 선수로 어렵싸리 운영되는, 팀 사정까지 이리저리 복잡한 산업(금호)은행을 그야말로 슬픈 시선으로 바라봤다.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쿼터마다 선수를 자유롭게 교체하는 신한은행의 운영은 투자=승리라는 가장 당연한 진리를 깨닫게 했지만, 그게 슬펐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40분 내내 1분도 못쉬면서
최선을 다하는 신정자 선수의 한숨이 너무도 애절하게 다가왔다. 민주주의,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상업적인 프로 스포츠..돈을 쓰고 좋은 선수를 다 확보하고 어린 영재 선수들까지 키우려는 구단과 없어도 힘들어도 그래도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구단의 양극단의 모습이 코트 위에 그대로 투영되었다. 마치 우리네 삶처럼.....잘살고 못살고가 죄인가 싶었다.
삼성생명과 국민은행의 경기는 그렇지 않아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사실 위의 경기는 그냥 슬펐다. 농구가 슬퍼지니 '경기'가 재미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삼성과 국민은행, 양 구단은 모두 다 여자농구에 관해서는 명문이었고, 누가 이길 지 흥미진진한 예상들이 오가며, 여자 농구 플레이오프 사상 근래 보기드문 명승부를 펼쳐냈다. 그런데, 사건이 발생했다. 있어서는 안될 일, 더러운 의심까지 품게 만든 심판의 오심으로 인한 어이없는 국민은행의 패배....앞에 두번이나 졌는데, 그 파울이 불렸어도, 게임에서 이겼겠는가, 아님 남은 세 게임을 내리 이길 수 있었겠는가, 라고도 묻겠지만, 우리는 농구뿐 아닌 모든 스포츠에서 수없이 많은 역전승을 보아오지 않았는가! 각본없는 드라마가 스포츠라는데, 미리 각본이 짜여진 것은 아니었는지 WKBL에게 물을 수 밖에 없게 만든 '짜증'이 나는 그런 게임이었다.
그리고...
오늘 WKBL에서 답변이 왔다.
간략하게 이준호 심판의 무기한 출전 정지란다. 남은 두 심판도 견책 징계, 총재는 유감을 표했다.
그런데..
성에 안차지만, 국민은행의 10년 넘은 팬이지만, 또 슬퍼온다. 그 심판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한다.
왜 그랬는지, 무슨 이유였는지, 정말 실수였는지,
자신의 이름이, 심판이라는 절대 투명해야할 사람의 이름이,
인터넷에 거론되고, WKBL 홈페이지에 이렇게 나쁘게 오르락내리락 거리는데 불구하고....
윤택하지 않는 심판의 형편을 다 알고 있는 데도....말이다.
그래서...
슬프다.
왜 그랬는지, 답조차 들을 수 없는 팬의 입장에서, '사과'만큼이나 그 '이유'가 듣고 싶은 국민은행의 팬의 입장에서...
WKBL은 이제...
여자 농구의 구단과 팬, 감독과 선수 그리고 심판을 위해서라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답은 하나다.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나는 WKBL에는 '제왕'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