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겨울리그 이후 한국여자프로농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재치있는 입담으로 관중석을 사로잡는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WKBL 장내 아나운서 박종민씨(30).
H.S커뮤티케이션(스포츠 이벤트 회사) 소속의 아나운서인 그는 여자프로농구를 비롯해 남자프로농구와 프로야구 SK구단 등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항상 마이크를 들고 관중을 휘어잡는 만능 재치꾼으로 스포츠계에서 그는 이미 유명한 아나운서로 자리잡아 섭외대상 0순위다.
항상 밝은 모습을 보였던 그를 지난 2002년 11월 우연히 뜻밖의 장소에서 만났다. 바로 한 대학병원의 엘리베이터 안에서 환자복을 입은 모습을 본 것이다. 2001년 겨울리그부터 특유의 입담으로 여자프로농구 경기장을 찾는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그가 지난 2002년부터 만성신부전증으로 앓고 있다.
몸에 이상을 느낀 2002년 여름. 갑자기 쓰러져 병원을 찾은 그는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다니며 견뎠는지 알 수 없다. 이렇게 될때까지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라는 의사의 말과 함께 만성신부전증 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너무나 건강했던 그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최고를 위해 열심히 뛰면서 피곤이 뭔지도 모르고 살았던 그는 피로감도 느끼지 못한 채 아픔을 느낄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수술 후 지금까지 일주일에 3번씩 투석치료를 받는 그는 처음 진단을 받고 좌절이 심했다. 튼튼했던 그가 지금은 많이 말랐다. 사실 투석을 받기 전 그의 몸은 수분량의 배설이 안되고 신장이 재기능을 하지 못해 많이 부어있었다. 게다가 혈압까지 높아 더 안좋아져 쓰러진 것이었다.
처음에 자신의 상태에 충격을 받은 그는 죽음까지 각오했지만, 그를 다시 일어나게 한 힘은 역시 마이크를 잡는 일이었다. 농구시즌만 되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코트장에 가 있기 때문에 본인도 어쩔수가 없었다. 그는 그렇게 다시 일어났고 언제 받을지 모르는 신장이식 수술 대기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다.
그런 그에게 지난 해 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만성신부전증을 앓으면서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박종민씨의 기사를 접한 대전교도소의 한 복역자가 신장기증의 뜻을 전해온 것이다. 그것도 2명이나 된다.
이 소식을 기자에게 접한 종민씨는 처음에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너무 뜻밖의 일이라 믿어지지 않았다. 물론 이식수술이라는 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혈액형이 'Rh+ O형'인데 혈액형도 맞아야 하고 여러가지 검사를 받아서 적합여부를 봐야 하지만 그분들의 결심 하나만으로도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나도 그렇고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마음에 감동과 희망을 받았다."
같은 회사동료 김정기 팀장은 "아파도 항상 밝은 모습을 보이며 표현을 안하니까 정말 이렇게 아픈 줄 몰랐었다. 우리들이 걱정할까봐 더 밝은 모습을 보였고 아픈걸 알았을 때에도 도와줄 수 없어 무척 안타까웠다. 이번에 모르는 사람도 도와주겠다고 나섰는데 그래서 더 미안하다."라며 항상 옆에서 지켜보지만 정신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고, 박보연 팀장도 "안타깝고 미안하다. 워낙 성격이 쾌활하고 밝아서 표현을 잘 안한다. 너무 열심히 해서 처음에는 이 정도인 줄도 몰랐는데 굉장히 힘들어 한다는 걸 알고 도와주지 못하는 마음에 미안했다"며 좋은소식이 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렇게 항상 밝은 모습으로 주변사람들에게 내색하지 않는 박종민씨. 휴식을 많이 취하는게 좋은 그는 한달에 1~2일 정도 휴식을 취하며 쉬는 날에는 수면제를 먹고 푹 잔다. 만성신부전증은 간지럽고 붓고 잠을 못자는 증상이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병원에서 주는 수면제에 의지해 자면서 재충전을 한다.
지금도 그는 항상 밝은 모습으로 경기장을 찾아 마이크를 잡는다. 자신이 몸담은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가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건 본인에서 끝나지 않는다.
처음에 1999년부터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시작해 2001년 현재 소속사인 H.S커뮤니케이션에 스카우트됐다. 그는 장내 아나운서 분야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이 분야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현재 같이 활동하는 이장우씨를 비롯해서 후배들을 키우고 있다.
대학교 선후배로 출발해 우연히 박종민씨가 걸었던 길을 함께 해온 이장우씨는 "어릴적부터 봐왔던 선배이자 스승이고 내 우상이다. 박종민씨를 보면서 장내 아나운서에 대한 강한 매력을 느꼈다. 하지만 너무 건강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아픈 모습을 봤을 때 나도 힘들었다. 일주일에 3번씩 투석을 받는 모습에 안타깝고 옆에서 보기에도 힘들지만 내가 아프지 말라고 말하기 보다는 내가 밟고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걸 더 좋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