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공주 변연하-박정은 궂은일 솔선수범
정덕화 감독 "선배부터 고쳐" 조직력 강화
국가대표 변연하가 후배들을 위해 물주전자를 들고 다니고, 새색시 박정은이 신혼의 달콤함을 버리고 합숙 훈련에 전념하고….
여자프로농구계에서 소문난 '공주구단' 삼성생명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공주들이 우아한 드레스 대신 '작업복'을 입고 후배들의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다.
그 변화를 대변해 주는 일화가 있다. 일명 '물주전자 사건'이다. 국가대표 부동의 3점슈터이자 삼성생명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변연하(24)가 후배들을 위해 직접 물주전자를 들고 코트를 누빈 것이다. 지난 9월 벤치멤버들이 주로 뛰었던 퓨쳐스리그에서 목격된 장면이었다. 다른 팀 선수들조차 눈 씻고 다시 봤다고 할 만큼 믿기지 않은 장면. 하지만 변연하는 "그동안 나때문에 공 한 번 제대로 만져보지 못한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물주전자를 들었다"고 고백했다.
'터프 걸' 박정은(27)도 달라져 있었다. 도도하기 이를 데 없는 그녀였지만 이제 고개를 숙인채 묵묵히 경기에만 집중할 뿐이다. 아테네올림픽에 출전에 6전 전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남긴 이후 변화다. 특히 지난 10월 국제여자농구대회를 앞두고는 '백의종군'을 자청했을 만큼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였다. 신혼의 단꿈을 즐길 때지만 팀을 위해 이마저도 다음 기회로 미뤘다. 이같은 최고참들의 변화는 모래알팀으로 불리던 삼성생명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이 모든 변화는 올시즌 삼성생명의 새 사령탑으로 온 정덕화 감독의 영향 때문이다. 정감독은 삼성생명이 3시즌 연속 준우승에 머문 이유를 조직력의 문제라고 보고 우선 선배들의 '공주병'을 뜯어 고치는 데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선배들이 솔선수범하자 후배들도 운동화끈을 바짝 조였다. 그리고 지난 화요일(28일) 여자프로농구 개막전에서 전시즌 우승팀 금호생명에 3점차 역전승을 거뒀다.
삼성생명이 '공주구단'에서 '명문구단'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by 스포츠조선 손재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