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크 커리가 친정 잔치를 훼방놓았다. 커리가 위닝샷을 포함, 소속팀의 마지막 8득점을 책임진 신한은행이 개막 첫 승을 챙겼다.
인천 신한은행은 1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경기에서 홈팀 청주 KB스타즈에 69-68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WKBL에서의 첫 시즌을 KB에서 보낸 커리는 종료 7.2초전 승부를 뒤집는 짜릿한 역전골을 포함해 팀의 마지막 6득점을 홀로 올리면서 '명불허전'임을 과시했다.
신한은행 입장에서는 고비가 많이 찾아왔던 경기였다. 주전 포인트가드 최윤아가 무릎 부상으로 못 나온 가운데, 에이스 김단비마저 파울트러블과 무릎 부상으로 주춤했다. 4쿼터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서 밀렸으나, 승부처는 커리가 책임졌다.
커리는 이날 24득점 1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모두 양 팀 최다. 윤미지는 13득점 7리바운드를 보탰고, 게이틀링도 10득점 8리바운드로 무난한 신고식을 가졌다. KB스타즈는 햄비가 20득점을, 강아정이 16득점을 올렸다.
전체적인 경기는 지역방어와 지역방어의 대결이었다. 어느 팀이 지역방어를 더 잘 서고, 어느 팀이 더 잘 대처하느냐에 따라 흐름이 갈렸다.
출발은 KB스타즈가 좋았다. 하워드와 강아정의 연속 득점으로 4-0으로 앞서갔다. 신한은행은 첫 3번의 공격을 실책으로 날리는 등 대조적인 분위기에서 시즌의 문을 열었다. KB는 1쿼터 후반 강아정과 변연하의 3점슛으로 19-14까지 달아나며 분위기를 띄웠다. 교체투입된 햄비도 기가 막힌 스텝으로 득점을 올리면서 리드를 거들었다.
그런데 2쿼터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신한은행이 하은주를 투입하면서 높이를 강화한 것. 1쿼터 막판, 모니크 커리의 버저비터로 분위기를 살린 신한은행은 하은주를 중심으로 한 2-3 지역방어로 KB의 발을 묶었다.
KB는 2쿼터 시작 48초만에 햄비가 골밑 득점을 넣었지만, 이후 약 4분 가까이 무득점에 묶인다. 지역방어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탓이다. 실책이 나오고, 리바운드를 뺏기는 사이 신한은행은은 커리와 하은주의 연속 득점으로 28-25로 달아났다. 박재헌 코치는 하워드와 김보미를 활용,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했지만 한번 넘어간 리드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후반이 되자 그 기세는 또 한 번 뒤바뀐다. 이번에는 KB의 지역방어가 효과를 봤다. 신한은행의 발이 묶인 사이, KB는 변연하의 연속 5득점으로 37-37 동점을 만들었다.
KB수비에 막힌 신한은행의 답답한 공격이 일관되자 정인교 감독은 하은주와 커리를 투입해 반전을 노린다. 효과는 있었다. 하은주와 커리가 페인트존을 지킨 가운데, 윤미지와 김연주가 펄펄 날았다. 신한은행은 약 1분 30초에 걸쳐 연속 득점을 올리면서 49-43으로 다시 흐름을 잡았다.
그러나 KB도 홈 개막전을 이대로 내주진 않았다. 햄비의 분투가 시작됐다. 전반에 5득점에 그쳤던 햄비는 3쿼터에만 8점을 넣으면서 KB의 추격을 주도했다. 전반만 해도 하은주의 높이를 의식해 타점을 못 잡았으나, 스피드와 긴 팔을 이용해 공격을 성공시키며 다시 동점(51-51)을 주도했다.
4쿼터도 지역방어 전쟁의 연속이었다. 관건은 이 수비를 통해 상대 공격 기회를 얼마나 통제하느냐, 얼마나 실책을 끌어내느냐에 있었다. 4쿼터 중후반에 접어들 때만 해도 이 싸움은 KB가 수월하게 가져갈 것처럼 보였다.
신한은행이 김단비의 무릎 부상 여파로 주춤해진 가운데, KB스타즈는 빠른 공수전환을 앞세워 흐름을 끌어냈다. 강아정의 3점슛에 햄비의 연속 속공으로 66-63으로 달아난 것.
그러나 단 하나가 부족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쐐기포'였다. 신한은행의 실수가 내리 나오면서 잡은 찬스를 이용하지 못했다. 그 사이 신한은행은 커리를 앞세워 경기를 다시 접전으로 만들었다. 커리는 종료 3분 9초전, 점프슛으로 64-63으로 팀의 재역전을 이끌었다. 2분 21초 전, 햄비에게 실점을 허용해 3점차(63-66)으로 밀리자, 다시 연속 득점을 올리면서 기어이 67-66으로 승부를 다시 뒤집었다.
KB스타즈는 종료 22.3초전, 강아정이 파울로 얻은 자유투 2구를 모두 넣어 68-67로 재역전, 승기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이어진 신한은행의 마지막 공격에서도 커리를 제어하지 못했다. 홀로 하프라인을 넘어온 커리는 과감하게 1대1 돌파를 시도해 역전골까지 연결시켰다. 결국 승부는 69-68로 마무리, 신한은행이 '1'을 먼저 더하며 시즌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