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토종과 용병 역할이 뒤바꿨네!”
28일 개막한 2005 KB스타배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가 농구팬들에게 색다른 묘미를 안겨주고 있다. 으레 골밑을 지켜야할 금발, 검은색 피부의 단신 용병들이 작전의 사인을 암시하는 듯 연신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야전사령관 역할을 하는가 하면 토종의 전유물격인 3점슛을 쏘아댄다. 오히려 골밑은 토종들의 몫이다.
이러한 광경은 센터급 용병 일색인 남자프로농구에 익숙한 팬들에게 여자농구의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른바 탄력적인 용병 가드의 대거 등장이 여자농구 특유의 아기자기한 맛에다 박진감넘치는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올 시즌 용병 가드를 택한 팀은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세계 등 3팀. 국민은행의 니키 티슬리(183㎝)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LA스파크스 소속으로 34경기에서 평균 6.1개의 어시스트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한 테크니션. 이날 은행 라이벌전인 우리은행전에서 비록 1점차 역전패했지만 티슬리는 정교한 속공패스를 뿌리고 토종센터 정선민과 찰떡궁합의 호흡을 맞추는 등 손끝 하나로 팀플레이의 흐름을 매끄럽게 이끌었다.
우리은행의 백인 용병 켈리 밀러(178㎝)도 팀플레이를 깔끔하게 이끌기는 마찬가지. 밀러는 WNBA에서 3점슛 성공률 1위답게 장거리포를 과감하고 쏘아댈 뿐만 아니라 팀이 큰 점수 차로 지고 있던 3쿼터 중반 이후부터는 골밑을 잽빠르게 들락거리며 동료센터 김계령과 어우러져 후반에만 5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승부근성을 보였다. 이날 티슬리는 17점 9어시스트, 밀러는 18점 6리바운드를 각각 기록했다.
또 신세계의 엘레나 비어드(180㎝)는 ‘걸물’로 평가받을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특히 29일 열린 신생팀 신한은행전에서 비어드는 혼자서 무려 43점을 쓸어담고 리바운드도 5개나 잡아내는 등 걸출한 기량을 과시, 지난해 꼴찌팀 신세계의 돌풍을 예고했다. 용병 드래프트 1순위로 한국무대를 밟은 비어드는 듀크대 출신으로 이날 무서운 돌파력과 드리블 능력, 빠른 패스워크, 가공할 득점포를 구사했다. 자신보다 5㎝가 더 큰 상대팀 용병 트레비사 겐트를 앞에 두고서도 레이업슛을 자유자재로 시도하는가 하면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속공과 리바운드에도 적극 가담하는 등 화려한 플레이로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이들 팀외에 신한은행과 금호생명은 파워포워드, 삼성생명은 정통 센터를 각각 영입, 그 어느 때보다 용병의 포지션이 다양해져 올 시즌 여자농구의 재미를 더할 전망이다.
by 스포츠한국 오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