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금호생명에는 희한한 농구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3번의 은퇴 끝에 올시즌 다시 코트로 돌아온 ‘풍운아’ 강윤미(22·190㎝)와 선수에서 통역으로 변신한 전보영씨(26)가 그 주인공들.
센터 강윤미는 고등학교 시절 두번이나 청소년대??뽑혔고 1999년 신인지명 때는 신세계에 1라운드 3순위로 지명될 만큼 탁월한 기량을 가진 선수였다. 하지만 프로 무대 적응에 실패해 이듬해 3월 코트를 떠났다. 이후 다시 마음을 고쳐먹은 강윤미는 2개월 만에 금호생명 유니폼을 입고 컴백,그해 여름리그에서 신인왕에 선정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여전히 팀 적응에 애를 먹던 그녀는 농구는 더 이상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 2001년 10월 두 번째 은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2년간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그녀는 2003년 실업 팀인 경남체육회와 사천시청에서 약 5개월간 다시 선수생활을 시작 했으나 곧 세 번째 은퇴를 결심했다.
더 이상 농구공을 잡지 않겠다고 마음 먹고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입사해 자재과 사무직으로 근무하던 강윤미. 하지만 결국 농구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한 그녀는 김태일 금호생명 감독의 도움으로 올시즌부터 다시 금호생명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다시 시작한 만큼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밝힌 강윤미는 “농구판에서 나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나도 알고 있다. 이를 깨뜨릴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면서 각오를 다졌다.
금호생명의 외국인 선수 통역을 맞고 있는 전보영씨 역시 만만찮은 이력을 가진 인물. 실업 팀인 신용보증기금에서 선수생활을 하다 허리 부상으로 잠시 은퇴한 뒤 미국으로 건너간 그녀는 대학 스포츠(NCAA) 디비전2 브룸필드대학에서 다시 선수생활을 한 바 있다. 팀의 주장까지 맡으며 2001년 미국주니어칼리지협회 MVP에 뽑혔던 그녀는 2003년 삼성생명에 입단했으나 다시 허리 부상이 도지며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하지만 5년간의 미국생활로 다져진 그녀의 영어실력을 높이 평가한 금호생명이 올시즌 겨울리그를 앞두고 그녀를 통역으로 채용했다.
“선수 생활을 한 만큼 어려운 작전용어들을 바로바로 통역해 줄 수 있다”고 밝힌 그녀는 “농구를 계속할 수 없는 게 아쉽지만 통역으로서 팀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by 스포츠투데이 이태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