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경기는 대부분 만석을 넘었습니다. 정말 놀랍습니다.” 7일 저녁 만난 한국여자프로농구연맹(WKBL) 관계자는 올 시즌 여자농구 열기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했다.
실제 지난달 말 장충체육관 개막전에는 정원 5500석을 300이나 초과했다. 수원을 뺀 안산, 광주, 인천, 천안, 춘천 등 5개 연고팀의 안방 개막전도 만원이었다.
예전에 볼 수 없는 열기다. 이 관계자는 “연맹과 구단이 합심하고 꾸준히 투자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에는 신한은행이 해체위기의 현대를 인수해 6개팀 체제를 유지했다. 엘지증권 씨름단 해체 뒤 인수기업이 나오지 않는 척박한 상황과 비교할 때 기적적인 일이다.
대부분의 농구인들은 김원길 총재-조승연 전무의 ‘환상 콤비’가 여자농구 부흥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한다. 2000년 부임한 김 총재는 그저 이름만 걸어놓고 폼만 잡는 다른 경기단체 회장들과 전혀 달랐다.
지난 5년간 열린 30여차례 열린 연맹 총회 및 이사회에 딱 한번 결석했다. 특유의 추진력과 풍부한 인맥, 장사 마인드로 연맹 기금을 5년간 10억에서 50억으로 10배나 늘렸다. 여자농구 타이틀 스폰서료도 5년새 1억5천만원에서 올 시즌 15억원으로 10배 뛰었다. 은퇴한 정은순을 장내 아나운서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선수 출신인 조승연 전무는 팀간 경쟁과 상품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만년 꼴찌 금호생명은 외국인 선수를 2명까지 쓸 수 있는 제도적 배려로 지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에는 신한은행의 가세로, 우리은행 국민은행과 함께 ‘은행 라이벌’ 대결이라는 볼 거리가 새로 생겼다. 치밀한 ‘틈새시장 전략’과 방송사간 경쟁 유도로, 텔레비전 화면에서 여자농구를 주요 프로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여자농구는 앞으로 연맹 기금 100억 달성, 독자건물 확보, 한국 여자농구사의 소설화 등 새로운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올 여름리그에는 저녁 시간대 경기 운영을 시도할 생각이다.
한국여자프로연맹의 이런 역동적인 움직임은 훨씬 큰 시장과 상품성, 잠재력을 갖고 있는 축구 야구 등의 다른 프로경기 단체가 본받아야 할 점이다.
특히,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프로축구는 2002년 월드컵의 4강 신화와 열기를 전혀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마침 11일에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새로운 회장 선거가 있다. 새 회장 투표에 참여하는 프로축구 13개 구단의 구단주를 포함한 16명의 대의원은 투표에 앞서 여자농구연맹의 성공 사례를 연구하고 들어가는 것이 어떨까? 프로축구가 여자농구에게 배워야 할 점은 너무 많다.
by 한겨레신문 김창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