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국민·신한 자존심 싸움
행장들 행차에 응원전도 치열 “은행팀간 경기에서는 지지 말아달라!” 올 시즌 은행장들이 여자농구단을 격려할 때 빼놓지 않고 당부하는 말이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현대를 인수해 여자농구 은행팀이 우리·신한·국민 3개로 늘어나면서 ‘빅3’ 은행의 맞수 대결은 매 경기 불꽃을 튀긴다.
◇ 행장님들의 행차=경쟁이 가장 먼저 감지되는 부분은 부쩍 늘어난 은행장들의 농구장 방문. 각 은행장은 올 시즌 농구장을 평균 3~4차례 이상 찾았다. 남자농구의 경우 구단주가 1년에 한 두 차례, 그것도 플레이오프나 챔피언 결정전 같은 중요 경기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 열기가 다르다. 농구팀 홍보 담당자들은 잇따른 행장들의 행차에 의전을 챙기느라 경기도 제대로 보지 못한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최선을 다하되, 내 체면도 세워주고 되도록 은행팀에는 지지 말아달라”는 주문을 한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개막 때부터 1승을 할 때까지 농구장을 찾겠다고 공언해 팀 관계자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신한은행장은 실제로 4연패 뒤 1승을 거둘 때까지 5경기 개근을 했다.
◇ 응원도 전쟁이다=응원에도 불이 붙었다. 우리은행은 360여명에 이르는 사내 서포터스를 조직했다. 150여명 씩 조를 짜서 춘천 안방경기장을 찾는다. 국민은행 사내 서포터스도 천안 안방경기에 버스를 전세내 300여명씩 경기장을 찾는다. 겨울리그 개막전이 열렸던 신한은행과 국민은행간 경기에는 두 팀 행원들이 부르는 응원가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일반팬 홍보도 강화됐다. 신한은행은 서포터스 등 관중 수송을 위해 안산 중앙역에서 경기장까지 순환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푸짐한 경품과 팬 서비스도 팬들을 모은다. 김광재 신한은행 사무국장은 “천안 원정경기 때 우리팀 좌석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었는데, 나중에 안산 안방경기 때는 국민은행이 똑같이 당한 적이 있다”며 재미있는 경험담을 들려준다.
◇ 홍보효과를 노린다=은행팀이 여자농구단을 많이 운영하는 것은 20억원의 적은 운영비로도 텔레비전이나 신문에 많은 노출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연계상품도 등장했다. 신한은행은 기본금리 3%에 우승하면 2%를 보너스로 얹어주는 에스버드 정기예금을 내놓았다. 은행간 합병 등으로 내부 결속이 필요할 때, 농구는 구성원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도록 해주는 촉매제 구실을 하기도 한다.
by 한겨레신문 조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