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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때보다 치열했던 1라운드 되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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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금융그룹 2012-13 여자프로농구 1라운드가 10월 31일(수) 안산에서 열린 신한은행과 하나외환의 경기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는 하나외환의 신세계 인수 후 창단과 수비자 3초룰 폐지, 일요일 2경기 시행과 경기 시간의 변경 등 많은 변화와 시도가 이뤄진 시즌이었다. 그 결과 그만큼 예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새로운 선수들의 깜짝 활약과 만년 하위권팀의 돌풍 등 신선한 변화가 코트 위에 나타났던 시기기도 하다. 이전과는 분명 달랐던 2012-13시즌의 1라운드를 되돌아 봤다.

신한은행의 강세와 우리은행의 약진

성적 면에서는 역시 안산 신한은행의 강세가 지속됐다. 1라운드 5경기에서 단 한 번의 패배 없이 전승으로 승리를 거두며 리그 선두를 지킨 것. 이전 2007 겨울리그 시절 1라운드 전승을 기록한 바 있는 신한은행이지만, WKBL이 단일리그로 전환한 이후에는 처음 거둔 1라운드 전승이라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성적 면에서 1라운드 동안 가장 주목할 팀은 역시 춘천 우리은행이다. 10월 12일(금) 구리에서 열린 KDB생명과의 리그 공식 개막전에서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깨고 65-56으로 승리를 거두더니, 급기야 3승 2패로 1라운드를 공동 2위로 마감하는 기염을 토했다.

만년 꼴찌팀으로 그 이름이 리그 하위권에 머물었던데다, 코칭스태프가 바뀐 것 외에 전력 보강이 없었다는 팀 사정을 감안하면 정말 대단한 환골탈태라 표현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단순히 타이트한 훈련만으로는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터. 팀의 부족한 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술을 선수들에게 정확히 이해시키고 몸에 익힐 수 있도록 지도한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박성배 코치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시즌 전 우승후보로 꼽힌 신한은행, KDB생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이런 상승세는 잠깐의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비시즌 동안의 악착같은 체력 훈련으로 압박 수비를 펼치는 데 문제가 없고, 선수들 역시 간만의 승리로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한껏 회복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선수 역시 초반 낙점했던 루스 라일리(33, 196㎝)가 비시즌 개인 일정을 이유로 12월에야 합류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해오자 곧바로 교체를 결정했다. 이는 리그의 예상치 못한 변화에 대한 팀의 대처 능력이 빠르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팀의 성적에 있어 경기력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어찌됐든 이런 점들을 감안했을 때, 우리은행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젊은 선수들의 등장

여자농구의 특징이자 아쉬운 점 중 하나는 매 시즌 새로운 얼굴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팀 수가 적고, 선수층이 얇다보니 경험이 풍부한 기존 선수들만이 코트에 나서는 적이 많아 신인 선수들이 팀의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신선한 변화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 아쉬운 점 중 하나였다.

그러나 올 시즌은 조금 다르다. 기존 선수들 외에 조금씩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는 젊은 선수들이 대거 눈에 띄고 있다.
우선 가장 주목할 만한 선수는 KB 스타즈의 포워드 강아정이다. 사실 강아정은 몇 년전부터 팀의 차세대 슈터로 주목을 받았던 선수지만, 그간 리그 적응과 잇단 부상 등으로 기대만큼 활약을 하지는 못했던 선수.

하지만 올 시즌부터는 변연하와 함께 팀의 또다른 주포로 활약 중이다. 10월 14일(일) 홈인 청주에서 열린 하나외환 전에서는 3점슛 3개 포함 28점-2리바운드로 팀 승리를 이끌었고, 18일(목) 용인에서 열린 삼성생명 전에서도 역시 3점슛 4개 포함 20점 3리바운드로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5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6.6점-4리바운드-1.8어시스트로 웬만한 언니들 못지않은 빼어난 기록을 남겼다. 강아정은 득점 외에도 180cm의 신장으로 외곽에서의 수비력도 갖춘 선수다. 장점인 공격력 외에 수비 센스를 좀 더 가다듬는다면 KB의 에이스가 되는 것도 시간 문제다.

하나외환의 가드 박하나 역시 올 시즌 주목할 만한 신예다. 프로경력 4년차긴 하지만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그녀는 올 시즌 김정은과 함께 하나외환의 공수를 주도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그동안의 착실한 체력 훈련으로 입단 초기와 비교해 전체적으로 몸에 힘이 붙어 상대 선수와의 몸싸움에도 밀리지 않고, 내외곽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득점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176cm의 신장을 이용해 공수 리바운드에도 적극 가담하는 등 김지윤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하나외환의 외곽을 지키는 선수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만년 유망주였던 그녀의 성장은 하나외환의 승리 및 경기력 향상에 분명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 이미선과 김한별, 김계령 주전 3인방이 빠진 삼성생명은 1승 4패로 1라운드를 마감하며 공동 5위로까지 추락했다. 화려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분명 초라한 성적표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어차피 2라운드까지는 어려운 경기를 예상했던 삼성생명이다. 주전 5명 중 3명이 빠진 상황에서 좋은 성적이 나는 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것도 분명한 사실. 그래도 삼성생명이 위안을 삼는 것은 박태은과 고아라, 홍보람, 이유진 등 3인방 대신 경기에 뛰고 있는 백업 선수들의 기량이 점점 올라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 눈에 띄는 선수는 이미선 대신 팀의 포인트가드를 맡고 있는 박태은이다. 사실 기록 자체는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다. 경기당 24분 17초 출장에 4.6점-4.6리바운드-1.8어시스트. 하지만 실수가 적은 경기 리딩과 고비처에서 간간이 터트려주는 3점슛이 인상적인 선수다. 예전과 비교해 고비처에서 스스로 해결하려는 능력도 많이 올라왔다. 아직 주전가드로 올라서긴 극복해야할 부분이 많지만, 이미선이 돌아왔을 때 팀에 보탬이 되는 확실한 백업가드로 성장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풍성한 기록들 쏟아져

이번 1라운드에는 유난히 새로운 기록들이 풍성하게 쏟아져 나왔다. 우선 한 경기에 나오기 힘든 트리플더블 기록이 1라운드에만 벌써 2번이 나왔다. 그것도 한 선수에 의해 2연속으로 말이다. 주인공은 KDB생명의 리바운드 머신 신정자.
신정자는 지난 10월 26일(금) 구리 홈에서 열린 KB와의 경기에서 13점-17리바운드-11어시스트로 올 시즌 첫 트리플더블을 기록했다. 리그 전체적으로 보더라도 지난 2009-2010시즌(2010년 3월 1일 이미선) 이후 세 시즌만에 나온 기록.

그러나 이런 트리플더블은 한 경기에 멈추지 않았다. 이후 10월 28일(일) 용인에서 열린 삼성생명 전에서도 13점-11리바운드-10어시스트로 2경기 연속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것. 마치 트리플더블은 언제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듯 전 방위에 걸쳐 만점 활약을 펼치며 팀의 승리도 이끌어냈다.

여자농구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역사적인 기록도 나왔다. WKBL 창립 이래 최초로 선임된 여성 감독 이옥자 KDB생명 감독이 10월 19일(금) 하나외환 전에서 역사적인 첫 승을 거둔 것.

리그 데뷔 2경기 만에 여성 감독 첫 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이옥자 감독은 “개막전에서 우리은행에 패한 충격을 떨치는 데에 집중하느라 다른 건 생각하지 못했는데 경기 후 많은 분이 축하해주셨다.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표한다”고 운을 뗀 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시즌은 이제 시작이다”라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이 감독이 이끄는 KDB생명은 10월 26일(금) 구리에서 열린 KB스타즈와의 경기에서 시즌 첫 연장전을 갖기도 했다. 무려 2차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이었고, 결과는 89-87의 KDB생명의 승리였다. 유독 KDB생명이 만든 새로운 기록이 많았던 1라운드라고 할 수 있겠다.

이밖에 조동기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하나외환도 지난 10월 29일(월) 삼성생명 전에서 창단 이후 첫 승을 거두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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