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하나외환과 춘천 우리은행의 우리은행 2013-2014 여자프로농구 3라운드 마지막 경기가 펼쳐진 1일 부천 실내체육관. 경기 3분여를 남겨 놓고 하나외환에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하나외환의 ‘에이스’ 김정은(27, 180cm)이 상대팀 선수와 부딪치며 코트에 쓰러진 것.
김정은은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고 코트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내 코트로 돌아왔다. 팀의 4연패를 끊어내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경기에 나선 것이다.
코트에 선 김정은은 경기 종료 직전, 침착하게 2점슛을 꽂아 넣으며 69-67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갑오년에 거둔 첫 승이자 4연패 탈출을 알린 값진 승이었다.
경기 후 김정은은 “3라운드 들어서 경기력이 정말 형편 없었다. 지난 달 26일 삼성생명전에서는 36점이라는 최저득점을 기록했다. 거의 바닥까지 쳤던 것 같다. 심적으로 선수들 다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새해 첫날이다. 선수들에게 오늘이 올 시즌 개막전이라고 생각하자고 말했다. (김)지현 언니와 (박)하나가 잘 해줘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1번과 2번이 잘 해주면 어느 팀이든 두렵지 않다. 앞으로도 지현언니와 하나가 잘 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김정은은 김지현과 박하나에게 승리의 공을 돌렸지만 이날 경기의 수훈 선수는 누가 뭐라고 해도 그녀였다. 4쿼터 종료 30여 초를 남겨 놓고 결승골을 넣었기 때문. 김정은은 당시 상황에 대해 “특별한 기분은 없었다. 중요한 순간에 감독님이 나를 믿고 나만을 위한 공격 패턴 만들어 주셨다. 그게 들어가서 다행”이라고 겸손했다.
4쿼터에 당한 부상에 대해서는 “원래 허리가 안 좋긴 한데 삐끗한 것 같긴 하다. 상황을 봐야 하는 데 괜찮다”고 했다.
한편, 김정은은 인터뷰를 마치며 “36득점 경기 후 선수들이 모두 힘들어했다. 선수생활 하면서 가장 치욕스러웠던 경기다. 여자 농구팬들께 정말 죄송하다”며 팬들에게 사과했다.
이어 “사실 이번 시즌은 주장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 삼성생명 경기 후 (진)신혜언니가 따로 불렀다. 언니가 ‘몸이 지친 것은 이해하지만 마음 지쳐선 안 된다’고 했다”며 “제가 대단한 선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팀원들이 저 하나로 흔들린다는 것이 책임감을 갖게 됐고”고 했다.
김정은은 “신혜 언니의 말 덕분에 마음의 짐을 덜었다. 앞으로 조금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언니가 해 준 ‘흔들리지 말라’는 말 덕분에 많은 것을 생각게 됐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동료와 함께 힘든 시간을 이기며 한걸음 더 성장한 김정은. 4라운드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김정은의 내일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