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팀과 구장을 함께 쓰는 WNBA 팀이 있다?– 두번째 이야기
LA의 자존심
LA를 연고로 하는 스팍스와 레이커스의 관계 또한 특별하다.앞서 말한 리버티와네츠는 같은 구단주의 운영 아래함께 운영되지만,스팍스와 레이커스는 홈 구장 스테이플스 센터만 같이 쓸 뿐 전혀 다른 소속이다.스팍스도 지난 1997년부터 2006년까지 제리 버스(전 레이커스 구단주)의 소유 하에 레이커스와 공동 운영되던 시절도 있었지만,2006년을 끝으로 버스 구단주가 스팍스를 매각하며 이들의 공동 운영 역시 끝을 맺었다.
재밌는 것은 이들의 홈 구장 스테이플스 센터는 스팍스와 레이커스 외에도 무려 두 개 구단이 더 동거하고 있다는 사실.WNBA 스팍스와 더불어 NBA 레이커스,클리퍼스그리고 아이스하키 리그 NHL의킹스까지 총 네 개 구단이 스테이플스 센터에 몸을 담고 있다.
때문에 스테이플스 센터의 직원들은 사시사철 분주하다.같은 리그인 레이커스와 클리퍼스는 아예 시즌이 통으로 겹치며, 스팍스와 킹스 또한 같은 날 경기가 열리기도 한다. 스포츠 경기 외에도 콘서트나 정당 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있는 탓에스테이플스 센터의 코트는 매일 대변신을 거친다.
그나마 농구 일정이 겹치는 날에는 구단 엠블럼이 새겨진 코트 바닥만 바꾸면 되지만,하키와 농구가 하루에 같이 열리는 날에는 그야말로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하는 대작업을 순식간에 진행해야 한다.
가령 킹스의 하키 경기가 낮에 잡혀 있고,스팍스의 농구 경기가 저녁 시간에 있다고 가정해보자.먼저 지게차로 아이스링크 옆 울타리(플렉스글라스)를 제거한 뒤얼음판을보호할 패널을 설치한다.그 위를 타일과 마루판으로 덮고이후 골대와 스코어보드,양 팀 벤치를 설치한다.복잡해 보이지만,이미 이런 작업을 1년에 수백 번씩 하며 익숙해진 스테이플스 센터 직원들은 이 모든 과정을 단 세 시간 만에 끝낼 수 있다고.
또한레이커스 혹은 클리퍼스의NBA 경기가 열리는 스테이플스 센터와 스팍스의 경기가 열리는 스테이플스 센터는 수용 인원이 다르다. NBA에 비해 팬층이 얇은 스팍스의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관중들의 밀집도를 높이기 위해 위 층을 개방하지 않기 때문.이같은 이유로 레이커스와 클리퍼스의 만원 관중은 19,000여명인 반면 스팍스 경기의 만원 관중은 13,000여명으로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성적은 전혀 밀리지 않는다. 스테이플스 센터를 홈으로 쓰고 있는 네 팀 중 가장 최근 우승을 차지한 팀이 바로 스팍스다(스팍스2016년, 레이커스 2010년, 킹스 2014년, 클리퍼스 우승 없음). 레이커스의 레전드 코비 브라이언트는 스팍스의 경기를 보기 위해 미래 WNBA 선수가 꿈인 딸과 함께 매년 스테이플스 센터를 방문하기도 한다.
눈칫밥먹는 구단들
글렌 테일러 구단주가 공동 소유하고 있는 미네소타 링스와NBA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는 미네소타폴리스에 위치한 타깃 센터를 공용한다.테일러 구단주의 계획 하에 창단된 링스(스라소니)는 이름부터 팀버울브스(늑대)와 환상의 짝꿍.그러나 1999년 창단된링스는 출범 후 지금까지 4번의 우승을 차지한 반면 1989년 태어난 팀버울브스는우승은커녕 2003-04시즌 컨퍼런스 파이널 탈락이 역대 최고 성적이다.팀버울브스는 지난 시즌역시 36승 46패로 서부 컨퍼런스 11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 링스는 올 시즌 8승 6패로 4위를 달리고 있다.
피닉스 머큐리와 함께 토킹스틱리조트 아레나를 홈으로 쓰고 있는 NBA 팀 선즈 역시 팀버울브스처럼 눈칫밥을 먹기는 마찬가지. 토킹스틱리조트 아레나 천장에는 3개의 우승 간판이 걸려 있는데,3개 모두 머큐리의것이다.선즈는1968년,머큐리는 1997년 창단으로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나는 남매지간이지만,아직 한 번도 우승 경험이 없는 선즈는 안방에서도 발을 편히 뻗지 못하고 있다.
한편,박지수가 뛰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 역시 연고지를 이전하기 전 자매 구단이 있었다.1997년 창단된 에이시스의 최초 명칭은 유타 스타즈(Starzz)였다.델타 센터(현 비빈트스마트홈아레나)에서 함께 한솥밥을 먹던 NBA 유타 재즈(Jazz)와 운율을 맞추기 위해 ‘Stars’가 아닌 ‘Starzz’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이후 2003년 샌안토니오로 적을 옮긴 스타즈는 새 자매 구단 NBA 샌안토니오 스퍼스(Spurs)와 발음을비슷하게 하기 위해 ‘스타즈(Stars)’로 다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사진 =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