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KB세이버스와의 경기,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날 신세계에 당한 대역전패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듯 초반부터 매우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 끝에 또다시 패배하며 강력한 우승후보라는 예상이 무색하게 3연패로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군요.
쿨캣 전의 어이없는 패배가 선수들에게 독한 오기를 불어넣어 준다면 ex-KB 멤버들인 김지윤,김경희,홍정애 선수의 영입 이후 줄곧 강한 면모를 보였던 상대인만큼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봤는데 그와는 반대로 분위기 다운으로 인한 집단 슬럼프만 안겨다 줬는지 시종 안풀리는 경기내용 이더군요.
1,2쿼터는 한마디로 KB의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활발한 공격과 금호생명 김지윤의 고군분투로 요약하고 싶네요. 정선민과 톰슨의 거침없는 득점행진, 정선민-신정자 혹은 김지현-신정자로 이어지는 커트인 플레이, 거기에 속공과 정선민 선수의 스틸까지 나무랄 데 없는 모습을 보여준 KB...
반면 금호생명은 공격시에 선수들의 움직임이 거의 보이지 않고 간간이 터진 3점포외에는 김지윤 선수 혼자 부지런히 찬스를 만들기 위해 뛰어다니는 장면만이 자주 연출될 뿐이었고 수비에서도 고르게 득점하는 상대선수들 앞에 거의 속수무책이었습니다.
3쿼터 이후 이종애 선수가 첫득점-_-을 한뒤부터 공격에 다소 숨통이 트이는 듯 하고 수비에서 상대 센터인 톰슨 선수에 대한 헬프 디펜스가 먹혀들면서 추격이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공격에서 골밑 득점에 대한 확실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외곽으로만 겉돌면서 힘에 부치는 양상을 보인 끝에 결국 패하고 말았습니다. 점수는 4점차이지만 사실상 완패였다고 봅니다.
김지윤선수를 제외하면 모두가 제몫을 못한 경기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는데요, 그보다 더 근본적인 패인, 나아가 연패의 원인은 상대 외국인 선수와의 매치업에 있는 것 같습니다. 3연패한 경기 모두 TJ, 비어드, 톰슨을 막지 못해 진거나 마찬가지로 보이거든요.
첫경기에선 TJ의 가공할 공수 리바운드와 골밑 득점 그리고 볼피딩에 의한 3점포에 무너졌고 신세계와의 경기에선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처럼 4쿼터와 연장전에서 신들린 듯이 쏘아대는 비어드의 3점슛에(이쯤되면 밀러타임을 본따 `비어드타임`이란 말을 만들어야 할지도) 당하며 패배, 오늘도 초반에 무섭게 몰아친 톰슨의 공격을 막지못했고 후반 추격이 가시화될 때쯤 톰슨에 대한 더블팀 수비때문에 골밑의 약점이 노출되면서 번번이 빼앗긴 공격리바운드로 인해 주저앉으며 생각지도 않은 3연패를 당하고 말았거든요.
겐트선수,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랭크되며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이긴 하지만 지금은 여름리그가 아니라 WNBA올스타 출신 선수들이 대거 몰려오는 겨울리그입니다. TJ와 톰슨에게는 높이와 파워에서 밀리고 비어드와 캐칭스(내년초 입국예정인)에게는 스피드와 올라운드적인 성향에서 밀리는 선수이기 때문에, 더군다나 이번시즌 `제2의 전주원`, `10년동안 한국여자농구를 이끌 가드`라는 찬사를 받는 이경은 선수를 트레이드하고 즉시전력감인 이종애선수를 데려오면서까지 우승에 올인한 상태인 금호로서는 지금의 외국인 선수로는 곤란하지 않을까 싶네요.
게다가 겐트는 이종애선수와 체격조건이나 플레이 스타일도 어느정도 흡사하고, 지금 금호생명에게 필요한건 다른 팀의 특급 외국인 선수와 맞서 밀리지 않는 기량과 겐트보다 더 정통센터로서의 체격조건과 역할수행능력을 지닌 선수로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루스 라일리나 얀 바우터스, 예전의 올리베이라 등과 같은...
지금의 위기 상황이야 스쿼드가 풍부하고 뛰어난 선수들이 많은 만큼 일단 승리를 따내 첫승에 대한 부담감만 떨쳐낸다면 금방 탈출할 수도 있고 또한 플레이오프에도 나갈 수 있다 하더라도 확연히 드러난 골밑약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승은 너무나 요원해 보입니다. 현재의 연패보다 그러한 결말이 머릿속에 그려지니 더욱 우울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