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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민 농구, 그 치열함과 뜨거움

오늘 신한은행과의 경기는 정선민 농구의 응집된 치열함과 뜨거움을 마음껏 보여준 것이었다. 때로는 매우 서두르거나 실수도 있었던 다른 게임들에 비교해 볼 때 그것은 확연하게 드러난다.

공간이 거의 없는 사각지대에서의 슈팅, 그리고 성공. 맹렬한 수비를 앞에 두고 찰나와도 같은 짧은 슛 타임, 그리고 또 성공. 스테파노바, 신정자 등 팀 동료들과의 연대의식 등, 그녀는 우리로 하여금 힘들고 고달픈 현실생활의 어려움을 그렇듯 혼을 불사른 경기로써 잠시나마 잊게 한다.

사람들은 치열하게 공방전을 펼치는 극한의 경기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를 보면서 자기 앞에 있는 정신적, 현실적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그녀가 보여준 온갖 것들이 평소의 그녀보다 배승(倍勝)한 아름다움으로 신비롭게 조명되고 만다.
 
세기의 천재 예술가 고흐는 말했다. 그래, 내 그림, 그것을 위해 나는 내 목숨을 걸었고, 이성까지도 반쯤 파묻었다. 오늘 자신의 혼을 다하여 볼을 던지고 불꽃처럼 게임에 임한 정선민을 보면서 나는 불현듯 고흐가 생각난다.

더군다나 승리 후 반짝, 아무도 몰래 눈물을 훔친 그녀가 아니었던가. 무려 4년 동안이나 목이 말랐던 챔피언자리에 아주 가까이 다가섬에 감격하였음일까.아니면 그 동안의 마음고생이 새삼스레 생각나서였을까.

나중에 들려온 기사에 의하면 정선민은 그예 라커룸에서 탈진으로 쓰러지고 말았단다... 최병식 감독은 그런 그녀를 두고 정선민의 진가를 보여주었다고 칭찬했으며, 어떤 기자는 정규리그 엠브이피로서 톡톡한 기량을 뽐내었다고 평하였다.
 
농구에서 중요한 것은 게임을 보는 일이지, 그 게임 뒤 선수의 개인적인 삶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자 선수들은 게임으로 자기의 모든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 선수는 오로지 게임을 갖고서 말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영혼을 불사르며 선수로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준 정선민은 이 시대 진정한 농구선수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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