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민 선수가 오늘, 그동안 남자선수들만의 전유물이자 여자농구선수에겐 금기처럼 여겨져 왔던 연봉 2억원대를 깨뜨리면서 신안은행과 2억 100만원에 5년 계약을 전격 성사시켰습니다.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여성을 제약하는 금기들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만연되어 있는지 이 땅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피부로 느껴왔을 터입니다.
실례로써 남성과 다른 생리적 현상을 지니고도 고속도로나 공공장소에는 여성 전용 화장실의 수가 남성 화장실에 비하여 훨씬 적어 알게 모르게 고충을 겪은 적이 한 두번씩은 예외없이 있었다는 것이 사실 아닙니까?
그러나 여성들만의 그 남모를 아픔들을 통쾌하게 깨뜨리기라도 하는듯, 정선민 선수가 2억원대의 연봉계약을 드디어 성사시켰습니다. 한마디로 세상이 달라지고 있는 데에 한몫을 단단히 한 것입니다.
남성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얘기일지 모르지만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로 불립니다. 국지전이 시작된 지는 이미 오래입니다. 용감한 여자들은 곳곳에서 수류탄을 터뜨리며 남자들이 단단히 구축해놓은 진지를 파괴해왔지요.
그 결과 이제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이 약진하고 있습니다. 남성들의 자존심과 자부심의 보루였던 금녀의 영역은 이제 한 뼘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오늘 정선민 선수의 2억원대 연봉진입도 그 한 예일 뿐입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여성을 얼마나 받아들이는가’가 그 개인이나 집단의 개방성과 선진성을 재는 잣대가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여자농구를 사랑하시고 지켜주시는 남성팬분들은 뛰어난 패미니스트이시자 진보적이고 열린 마음의 소유자이심에 틀림없는 것같습니다.
이처럼 정선민 선수가 오늘 신안은행과 계약한 연봉 2억 100만원이란 금액은 단순히 금전적 수치상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금녀의 영역이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음에 더욱 그 의의가 있는 것입니다.
국어사전에 정의된 페미니즘이란 여성의 사회·정치·법률상의 권리 확장을 주장하는 주의입니다. 남녀 동권주의로도 해석되는데, 여성학계에선 여성해방주의라는 표현을 즐겨 쓰지요.
정선민 선수의 2억원대 연봉 진입은 단순히 뛰어난 한 선수의 인생과 땀과 노력의 결과물로만 보아선 안 될 것입니다. 그것은 한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권익을 증진시키는데 한몫을 단단히 할 것이기에 여성으로서 더욱 기쁨을 금할 길이 없음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한솥밥을 먹게 된, 사실상의 국가대표 에이스 듀오인 정선민 선수와 전주원 선수의 수려하고 농익은 농구를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그리고 철없던 소녀시절에 첫눈을 기다리듯, 다가오는 겨울 리그가 벌써부터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려 집니다.
정선민 선수께 신한은행과의 계약을 열렬히 축하드리며, 무릎부상으로 올시즌 계약을 하시지 못한 강지숙 선수께도 어서 완쾌하시어 꼭 다시 농구코트에 서게 되시길 간절히 기원드리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