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연 감독 “지도자만 23년…1년이 10년처럼 느껴”
“농구 지도자만 23년을 생활해왔는데, 지금의 1년 세월이 10년처럼 느껴지네요.”
사람 좋고 넉살 좋기로 소문난 박건연(47) 춘천 우리은행 감독이 최근 사이에 수척해진 모습으로 달라져 있었다.
몇 달 전만해도 건강한 체격을 유지하던 박 감독은 불과 몇 달 사이에 체중이 10킬로나 빠지는 등 야윈 모습으로 바뀌었다. 또한 오른쪽 눈 시력이 급격하게 나빠져 앞을 볼 수 없을 상태까지 이어졌다.
박 감독에게 변화가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지사였다.
시즌 초반 10연패(지난해 11월3일-12월6일), 시즌 후반 14연패(지난해 12월27일-2월23일)를 당하면서 감독으로서 팀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스트레스가 소탈한 성격을 지닌 박 감독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박 감독은 시즌 전만해도 우리은행이 올 시즌 하위권을 맴돌 것이라 예상을 하지 않았다. 어려운 시기에 우리은행 감독으로 자리 잡은 박 감독은 빠른 시간에 팀을 재정비하며 올 시즌을 준비했다.
플레이오프 진입으로 준비를 한 터라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시즌 직전, 팀 주축으로 이끌어가야 할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어지는 악재가 겹치며 힘겨운 시즌을 시작해야만 했다.
어찌 보면 잘 나가는 구단들에 비해 투자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팀을 이끄는데 주력했다. 시즌 중 모든 비난의 화살은 선수들 탓이 아닌 자신 탓으로 돌리며 맞았다.
팀에서 유일하게 김계령(31‧190cm) 홀로 제 컨디션일 뿐, 나머지는 제 능력을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박 감독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원망하지 않고 자신의 걸어온 지도자 명예 따윈 버린 채, 몸을 헌신하면서까지 팀 발전에 앞장섰다.
“생각했던 것들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게 아쉽지만…모든 것은 제가 다 감수할 것입니다. 선수들 역시 올 시즌 값진 경험을 통해 더 나아질 것으로 전 믿습니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희망은 접었지만 박 감독이 몸을 던지면서까지 애정을 버리지 않은 것은 팀의 미래를 위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