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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은퇴선수 특집 4탄 - 진미정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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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은퇴선수 특집 4탄 - 진미정편-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선수

(4) 진미정

 

 


 

 

 

우리은행은 2012-13시즌부터 2017-18시즌까지 6년간 WKBL의 왕좌를 지켰다. 6시즌 동안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210경기에서 167승 43패, 79.5%의 승률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했다. 그러나 우리은행 이전, WKBL을 지배했던 신한은행 왕조는 이보다 더 찬란했다. 2007겨울리그부터 2011-12시즌까지,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의 통합 6연패를 구가했던 신한은행은 정규리그 총 210경기에서 171승 39패를 기록하며 무려 81.4%의 승률을 남겼다. 

 

현재 WKBL 최고 선수 중 한 명인 김단비(신한은행)가 팀의 차세대 주자로 발돋움하던 시절, 전주원, 정선민, 하은주, 최윤아, 강영숙, 이연화 등으로 구축된 신한은행의 강력한 라인업은 다른 팀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 시기의 신한은행을 팬들은 ‘레알 신한은행’이라고 부른다. 

 

모든 관계자들은 당시의 신한은행을 언급할 때, 팀을 구성하고 있던 선수들의 면면 자체가 이미 ‘사기급 스쿼드’였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농구를 알고 하는 소위 ‘타짜’들이 각 포지션에 고루 분포했다는 것.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전설로 자리 잡은 당시 신한은행의 주요 선수들은 ‘레알 신한은행’을 회상하며 “즐겁고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최고의 역사를 만들었던 기억을 더듬다보면 모두가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 이름이 있다. 바로 진미정이다.

 

 


 

 

에이스들의 악몽. ‘수비 스페셜리스트’ 진미정

진미정은 기전여고를 졸업한 후 1996년, 현대건설 여자농구단에 입단했고, WKBL 출범 후 총 14년간 18시즌을 뛰었다. 정규리그 371경기를 뛰며 평균 26분 44초를 소화했고, 7.03점 2.3리바운드 1.1어시스트 1.1스틸을 기록했다. 수치로 놓고 보면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결과.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WKBL 역사상 가장 뛰어난 수비를 자랑했던 선수를 언급할 때, ‘삼성생명의 레전드’ 박정은 경기부장과 더불어 항상 진미정을 거론한다. 

 

은퇴 이후, 진미정의 행보는 팬들의 시선 밖에 있었다. 신한은행의 통합 6연패 중 5번을 함께한 뒤 2011년 은퇴한 진미정은 가정주부로의 삶을 살았고, 어느 덧 세 아이의 엄마가 됐다. 은퇴 후 거의 10년의 시간을 출산과 육아, 가사에 매진하며 가장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삶을 살고 있는 그를 다시 만났다.

 

“전주 기전여중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 때 팀의 선수층이 얇았거든요. 그래서 키가 컸던 제가 농구부에 들어가게 됐죠. 처음에는 농구가 재미있더라고요. 나중에 운동이 힘들어지기는 했지만, 아무튼 수업을 안 받아도 되니까 신나서 한 것 같아요.(웃음)”

 

WKBL에 입성한 선수들의 대부분이 초등학생 때부터 운동을 시작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늦은 출발. 그래서 진미정은 자신이 다른 선수들보다 기본기가 많이 부족했다고 선수 시절을 회상한다. 하지만 스피드와 체력에 자신이 있었고, 다른 선수들보다 힘도 좋았던 진미정은 수비 부문에서는 WKBL 역사 최고 중 한 명으로 손꼽히고 있다.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수비가 좋았던 건 아닌데, 팀에 정덕화 감독님이 오시면서 좋아졌어요. 아무래도 정 감독님이 수비를 많이 강조하시잖아요. 그게 저한테 정말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진미정은 WKBL 모든 공격수들, 그리고 에이스들에게 악몽과도 같은 존재였다. 신한은행은 득점력이 좋은 상대 선수에게는 여지없이 진미정을 붙였고, 진미정은 악착같은 수비로 상대 주득점원들을 봉쇄했다. 당시 우리은행에서 뛰었던 김은혜 KBSN 여자농구 해설 위원은 “(진)미정 언니가 붙으면 볼을 잡을 수도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진미정과 함께 뛰었던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는 “자기 팔 안에 상대 선수를 가둬두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한다”며 진미정의 수비를 칭찬했다.

 

“저는 솔직히 수비가 즐거웠어요. 제가 득점을 많이 했을 때보다, 제가 맡은 선수가 저 때문에 득점이 줄어드는 게 더 좋았어요. 부담은 됐죠. 완벽할 수는 없잖아요. 어쨌든 제가 막아야 하는 선수는 상대 에이스인데, 어떻게든 득점을 할 거란 말이죠. 저는 또 어떻게든 그걸 막아야 하고요. 연습도 참 많이 했죠.”

 

 

 


 

 

 

‘에이스들의 악몽’이었던 진미정은 “모든 팀마다 막기 힘든 선수가 최소 1명씩은 있었다”며 치열했던 현역 시절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가장 첫 머리에 끄집어낸 이름은 변연하였다. 그는 웃으면서 “변코비”라고 말했다.

 

“한 팀의 에이스라면 다 막기 힘들어요. 쉬운 선수가 없죠.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한 명을 꼽으라면 변연하인 것 같아요. 저보다 신장도 좋고, 체력도 좋고, 슛도 좋고... 아무튼 공격적인 면에서는 모든 게 다 좋았던 선수니까요. 체력적인 면에서 많이 힘들었어요. 아예 볼도 안 보고 (변)연하만 따라다니기도 했고요. 정말 힘들었어요.”

 

‘전문 수비수’라는 이름을 달고 수많은 에이스와 싸워 온 진미정. 하지만 진미정의 강점이 수비에만 국한되어 있지는 않았다. 

 

전주원 코치는 “선수들이 대부분 수비 때 체력을 아껴서 공격에 쏟아 붓지만 진미정은 반대였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10점 이상은 올릴 수 있었던 게 진미정”이라고 말했다. 당시, 삼성생명의 코치였던 정상일 신한은행 감독 또한 진미정에 대해 “찬스가 걸리면 여지없이 슛을 성공시키는 선수”라며, “수비는 말할 것도 없이 최고였고, 공격 때도 자기 역할은 해주는 선수”였다고 말했다. 공격과 수비 중 한 쪽에만 강점이 있는 소위, ‘반쪽짜리 선수’가 아니었다는 것. 정 감독은 “그랬기 때문에 진미정이 국가대표로도 활약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진미정과 같은 선수는 감독이라면 누구나 선택할 수밖에 없는 선수, 지도자가 예뻐할 수밖에 없는 선수”라고 강조했다.

 

“아시다시피, 저희 팀에는 뛰어난 선수가 많았잖아요. 저까지 공격을 할 이유가 없었어요. 찬스가 나면 그때 쏘면 되고요. 그리고 (전)주원 언니나, (정)선민 언니나 (하)은주도 패스가 좋았거든요. 밥맛 좋게 패스를 줘요. 딱 찬스가 나게... 그래서 자신 있게, 마음 편하게 던지면 득점이 많이 나올 때도 있고... 그런데, 그냥 제가 공격에 대한 욕심이 많지 않았어요.”

 

 

 


 

 

 

현대에서 신한은행으로 이어진 프렌차이즈 스타

진미정은 2010-11시즌, 신한은행의 통합 5연패를 달성한 후 은퇴를 선택했다. 

 

“저는 그게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우승을 하고 은퇴한다는 게 정말 영광이었고, 시기도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선수생활에 대한 후회도 없어요. 저는 ‘레알 신한은행’의 멤버로 언니들, 동료들, 후배들이랑 같이 뛰었던 걸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정말 농구가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2010-11시즌을 마치고 신한은행은 3명의 베테랑을 잃었다. 진미정과 함께 전주원이 은퇴를 했고, 정선민은 KB로 이적했다. ‘위기설’에 직면했던 신한은행은 2011-12시즌, 김단비의 성장 속에 최윤아, 강영숙, 하은주, 이연화 등이 활약하며 정상을 지켰지만, 그 이듬해에 왕조의 종식을 맞았다. 이후 챔피언과 인연을 맺지 못했고, 지난 시즌에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기도 했다. 실업 팀 현대 시절부터 오롯이 한 팀에서만 선수 생활을 했던 진미정에게 신한은행은 특별한 팀이다. 그에게 지금의 신한은행은 어떤 모습일까?

 

“주원 언니랑 계속 같이 있었잖아요. 주원 언니랑 같이 팀을 옮기지 않고, 은퇴도 같이 하고 한 팀의 프랜차이즈로 남았다는 게 저는 참 좋아요. 그리고 그런 팀이 작년에 그렇게 힘들어 하는 걸 보니까 마음이 당연히 안 좋았죠. 저는 신한은행을 계속 응원하게 되죠. 지난 시즌에 경기를 보러 간 적이 있는데, (김)단비가 저를 보고 눈물이 날 뻔 했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성적 때문에 힘들고 부담도 크니까 옛날 생각이 많이 났겠죠. 그래도 뭐 우승도 해봤고, 꼴찌도 해봤으니까 다시 일어나면 된다고 생각해요.”

 

 


 

 

가정으로 돌아갔던 진미정은 얼마 전 다시 농구공을 잡았다. 실업팀 대구시청으로 복귀한 것. 

 

“사실, 이건 말도 안돼요. 아이들 키우다가 다시 운동을 한다는 게... 몇 번 같이 해보자는 말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자신도 없고... 어떻게 몸을 만들고 또 뛰나... 그래서 안 하려고 했는데, 워낙 강 코치님이랑 친분도 있고, 권유도 많이 받아서, 내가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하게 됐어요. 친정에서는 다칠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신랑은 좋아하더라고요. 딸도 좋아하고요.”

 

진미정이 ‘강 코치님’이라고 지목한 인물은 신한은행 후배이며, 현재 대구시청 농구단을 이끌고 있는 강영숙 코치. 강영숙 코치의 부임 후 대구시청은 프로 출신 은퇴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실업 농구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대구 시청에는 진미정을 비롯해 허윤자(전 삼성생명), 진신혜(전 하나은행), 김은경(전 우리은행), 조은주(전 OK저축은행), 이려원(이경희, 전 KB), 박진희(전 KB), 홍영경(전 KDB생명), 허기쁨(전 KDB생명), 이은지(전 신한은행) 등 프로 출신만 10명이다. 비록 WKBL은 아니지만 실업 무대에서는 조만간 이들이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신한은행의 전성기를 함께 했던 진미정 역시, 예전 같지 않은 농구의 인기 하락에는 아쉬움이 많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예전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전문 수비수’라는 이름이 너무나 잘 어울렸던 그에게 현재 WKBL에서 그 이름을 이어받을 선수가 있냐고 묻자, “곧 그런 선수가 나오지 않겠냐”며 기대를 잠시 뒤로 미뤘다. 또한 현재 WKBL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열심히 해서 프로다운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기를 바란다”며 분발을 당부하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아직도 ‘수비수 진미정’이라고 기억해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해요. 그렇게 불리고 기억되는 게 저한테는 정말 영광이고, 또 자랑스럽거든요. 그리고 이번에는 WKBL이 10월에 개막을 하는데, 선수들도 열심히 뛰고, 더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농구팬 여러분들이 여자농구를 계속 사랑해주시고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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