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맛이었어요. 이러다 연패가 안끝날 것 같더라니까요." 2005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를 앞두고 코치로 데뷔한 전주원 신한은행 코치(33)가 힘겨운 데뷔 첫승을 거두고 한숨을 돌렸다. 이영주 감독과 함께 팀을 이끌고 있는 전 코치는 겨울리그 개막 후 4연패에 빠졌다가 9일 금호생명에 힘겨운 재역전승을 거두며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했다.
전 코치는 지난해 3월 임신으로 은퇴를 한 후 농구를 떠나 있었으나 이 감독이 대표팀을 맡는 바람에 소속팀을 지도할 사람이 없어 6월부터 코치를 맡아 지도자의 길을 가게 됐다.
선수로는 더 이룰 게 없을 만큼 화려한 시절을 보냈으나 지도자 전주원의 첫걸음은 쉽지 않았다. 팀의 주축이었던 자신과 김영옥(우리은행으로 이적)이 빠진 신한은행은 주전으로 뛰어 본 선수가 거의 없을 만큼 타팀에 비해 네임밸류가 떨어지는 선수들로 구성됐다. 하지만 현역시절 센터까지 수비할 만큼 악바리로 명성을 떨쳤던 전 코치는 선수들을 끈질긴 수비로 무장시켰다. 특히 포인트가드인 박선영과 최윤아는 전 코치의 야단을 귀에 달고 살아야 했다. 똑 부러지는 베스트 5는 약하지만 9명 정도를 가동할 수 있기 때문에 체력적인 면에서 우위에 있어 풀코트 프레스에 이은 속공을 주무기로 삼은 것.
연습 경기 때는 이것이 잘 먹혔으나 막상 시즌에 들어가자 선수들이 경험부족을 드러내며 자꾸 후반에 무너지길 4차례. 그러고 나서야 귀중한 승리를 맛보게 됐다. 전 코치는 "1승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잘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전에서 자신감을 잃으니까 순식간에 4연패가 되더라구요"라며 1라운드를 돌이켰다. 코치로서의 짜릿한 첫승을 거두고 뭘 했을까. "(이영주) 감독님과 악수하고요, 다음 경기가 또 금호생명이라 숙소에 와서 비디오 봤죠 뭐."
전 코치는 이제 4개월된 딸 (정)수빈이를 못 본 지 3주째라고. 지방 다니랴 숙소에서 선수들과 지내랴 집에 갈 시간이 없기 때문. "시어머니가 돌봐주다 보니 수빈이는 할머니가 엄마인 줄 알아요"라고 속상해하는 전 코치. 그러나 승부욕이 남다른 전 코치는 수빈이에 대한 그리움을 접고 또다시 선수들을 향해 달려간다.
by 일간스포츠 김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