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시즌 전 많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시즌 막바지까지 금호생명과 치열한 2위 다툼을 펼친 끝에 정규리그 2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일정을 정리했다. 수많은 우승과 준우승에 빛나는 농구명가로서 자존심을 지킨 것이다. 그런 삼성생명 2008~2009 시즌을 돌아본다.
시즌 성적 - 23승 17패(2위), 득점 66.3점(3위), 리바운드 32.5개(3위), 어시스트 14.9개(4위)
시즌 전 가득했던 내우외환(內遇外煥), 위기를 기회로 바꾸다.
2년 연속 팀을 준우승에 올려놓았던 정덕화 감독의 갑작스런 교체, 팀 대들보로 성장했던 변연하 국민은행 이적과 주전 노쇠화라는 3대 악재로 하위권으로 처질 것으로 평가를 받으며 여러 우려를 안고서 2008~2009 시즌을 맞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시즌 네달을 앞두고 취임한 신임 이호근 감독은 남자농구, 여자농구, 대학농구까지 거친 경험을 팀에 적용시키면서 오랜 동지인 대학시절 후배인 정상일 코치와 찰떡 궁합을 과시, 하나의 끈끈한 합(合)을 만들어내며 취임 첫해 통합 준우승을 거두는 결과물을 도출하는 데 성공해 농구명가로서 자존심을 지켜냈다.
또한 변연하 공백으로 포워드 진 득점력 저하가 우려되었지만 김세롱, 박언주, 홍보람가 외각에서 돌아가며 힘을 보태며 변연하 공백을 최소화시켰고, 센터진에서 이선화, 이유진까지 전력에 편입되며 오랬동안 삼성생명 아킬레스라고 평가받았던 백업 부재라는 요소마저 지워내는 한해가 되었다.
그렇게 삼성생명은 2008~2009 시즌을 위기를 기회로 바꿔내는 지혜를 발휘해 삼성생명 관계자와 팬들에게 좋은 성적과 흥미를 제공, 지난 시즌을 신나게 보낼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해 주었다.
트로이카 대활약, 팀 상승세를 견인하다.
삼성생명 지난 시즌 우려 중 한가지는 이종애, 박정은, 이미선 트로이카 활약 여부였다. 이종애와 이미선은 부상에, 박정은은 운동능력에 의문부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세 선수는 각자 포지션에서 120% 이상 임무 수행 능력을 선보이며 팀 상승세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정은은 평균 16.1점으로 득점 6위에 랭크되었고, 리바운드 평균 7.5개로 5위, 어시스트 5개로 5위에 오르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고, 이종애 또한 평균 13.3점으로 득점 9위, 리바운드 8.4개로 3위, 블록슛 2.7개로 1위에 오르며 상대적으로 취약한 골밑을 탄탄히 메꾸어주었다. 이미선은 평균 12.1점으로 7위, 어시스트 평균 6.2개로 2위, 스틸 평균 2.3개로 1위를 기록해 리그 최고 가드로서 자존심을 회복한 한해였다.
세 선수는 모두 출전 시간도 박정은 2위(평균 37.46분), 이미선 3위(평균 37.45분), 이종애 5위(평균 35.6분)로 강철 체력을 과시했으며, 공헌도에서도 이미선 4위, 박정은 6위, 이종애 11위에 오르며 금년 시즌 팀 성적을 책임지다시피 했다.
한발 더 뛰는 농구, 성적으로 나타나다.
삼성생명이 이렇듯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이유에는 트로이카 활약과 코칭 스텝의 적절한 선수 기용이 가장 큰 이유지만 역시 선수들의 많은 움직임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장 선수들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언니들이 먼저 코트 구석 구석을 누비며 공수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고, 이에 자극 받은 신진급 역시 선배들의 노력에 자극을 받은 탓인지 들어오는 선수마다 공수에서 열심히 공간을 메꾸어 주었다.
수비에서 공간의 최소화는 상대팀 공격을 최대한 심리적으로 압박해 어려운 득점 상황을 연출시켜 득점을 줄여주었고, 공격에서는 효과적으로 공간을 창출해 득점 찬스를 많이 만들어내며 고비처를 넘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결국 이렇듯 한발짝 더 뛰는 농구는 최적의 공수 밸런스를 만들면서 정규리그 2위라는 성적으로 나타났고, 많은 열세로 평가받았던 신한은행과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3연패로 물러서긴 했지만 박빙의 경기내용을 선보이며 패배 아닌 패배를 당했다는 평가를 받아냈다.
많은 걱정 속에 지난 시즌을 보냈던 삼성생명이 한 해 농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종애 은퇴 여부 등 2009~2010 시즌을 앞두고 다시 여러 숙제를 안고 있지만 경험과 전통을 바탕으로 향후에도 비추미 활약이 계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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