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구리에서 열린 구리 금호생명과 천안 KB국민은행 게임을 마지막으로 THE Bank, 신한은행 2009~2010 여자프로농구 3라운드가 끝났다. 우리은행이 2연패 후 3연승을 거두는 대반전을 만들면서 리그에 흥미를 불어넣었다. 3라운드를 돌아본다.
안산 신한은행 에스버드 (3라운드 성적 - 5승, 12승 3패 - 공동 1위)
안산 신한은행이 극강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3라운드 5전 전승으로 공동 1위에 복귀했다. 2라운드까지 지난 시즌 당했던 3패를 당했고, 지난 시즌만큼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했던 신한은행이 3라운드 다시 '레알'로써 위력을 되찾은 분위기였다.
안정된 경기력을 선보이는 데 큰 힘이 된 건 역시 '국민 여동생' 최윤아와 '스카이' 하은주였다. 기존 전주원, 정선민, 강영숙이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두 선수 복귀는 '호랑이 등에 날개단 격'이었다.
두 선수 합류로 가장 큰 시너지는 체력 세이브이다. 전주원, 정선민이 체력을 조절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 전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과 두 선수 모두 10+ 를 해줄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득점력 분산까지 해내는 1석 3조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은 '1위에 오르긴 했지만 순위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4라운드부터 승차를 벌리는 것이 중요하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라며 아직은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신한은행이 3라운드 5게임을 모두 압승에 가까운 승리를 거두고 공동 1위에 복귀했다. 다시한번 그들의 연승행진에 이목이 집중된다.
용인 삼성생명 비추미 (3라운드 성적 - 3승 2패, 12승 3패 - 공동 1위)
2라운드까지 폭주기관차라는 단어가 어울리던 삼성생명이 3라운드 삐걱였다. 시즌 오픈 게임 패배 후 11연승을 만들었던 삼성생명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게 연패를 당하며 위기에 빠졌다. 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신세계 전에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으로 승리를 따낸 건 위안거리이다.
11연승 당시 삼성생명은 박정은 - 이종애 - 이미선이라는 트로이카가 극강의 호흡을 자랑하며 서로의 공간을 메꾸어 주었고, 허윤정 - 로벌슨 - 선수민은 공수에서 보이지 않는 활약을 이어가며 최고의 궁합을 만들어며 승승장구 했다.
하지만 신한은행 전 완패를 당한 삼성생명은 이후 우리은행 전까지 완전히 다른 팀이 되었었다. 특유의 조직력을 찾아볼 수 없었고, 무리한 공격과 실종된 협력 수비로 상대에게 완전히 공간을 허용하는 어려움에 봉착한 듯 보였다.
이호근 삼성생명 감독은 신한은행 전 패배 이후 '연패 후 게임이 더 중요하다. 사실 연승으로 인한 부담이 큰 경기였는 데 비교적 잘해주었다. 연패를 당하지 않게 잘 추스릴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고, 다음 경기인 우리은행 전에 패배를 당했다.
주전 포워드인 박정은은 신세계와 게임 후 인터뷰에서 '우리은행 전 패배는 정말 최악이었다. 삼성생명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하나도 보여주지 못한 경기였다.'라고 회상했다.
현재 주전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래도 강력한 신한은행 라이벌이다. 선전을 기대해본다.
구리 금호생명 레드윙스 (3라운드 성적 - 2승 3패, 6승 9패 - 3위)
'부상'이라는 키워드에 휩싸인 금호생명이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난국을 헤쳐나가고 있다. 금호생명은 조은주, 김진영 부상 제외와 정미란, 신정자가 크고 작은 부상으로 시달리고 있지만 꿋꿋히 이겨내며 3위라는 중위권을 유지했다.
주전들 체력 저하로 3쿼터까지 좋은 경기를 펼치다가 4쿼터 들어 상대팀에게 역전을 내주며 아쉬운 패배를 많이 당했다. 하지만 한채진이 복귀한 지난 27일 신세계 전부터 금호생명은 끈끈한 조직력을 살려내 승수를 쌓았다.
한재진 복귀로 선수 운영에 숨통을 틔운 금호생명은 신세계 전 한수위 경기력으로 낙승을 거두더니, 3라운드 마지막 게임인 KB국민은행 전에도 시종일관 KB국민은행을 압도하는 전력을 선보이면서 승리를 따냈다.
한채진은 신세계 전 단 22분 21초를 뛰면서 16점을 쓸어담았고, KB국민은행 전에도 22점, 6리바운드를 작성해 자신이 복귀 후 팀이 거둔 2승(1패)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상윤 금호생명 감독은 '주전급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에 사실 제대로 된 선수 운용을 할 수 없었다. 은주가 전력에서 완전히 이탈해 최상의 전력 구축이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지만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겠다.'라는 결의를 다짐했다.
비상 시국에도 굴하지 않고 리그를 관통하고 있는 금호생명이다. 투혼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궁금함이 증폭된다.
부천 신세계 쿨캣 (3라운드 성적 - 1승 4패, 5승 10패 - 공동 4위)
2라운드 3승 2패를 거두며 상승세를 기대케했던 신세계가 3라운드 다시 4패(1승)를 당하면서 리그 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2라운드 완연한 상승곡선을 그렸던 김정은이 상대 밀착 수비에 막히면서 평정심을 잃었고, 인사이드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허윤자가 다소 부진한 모습이다. 김지윤이 활약이 여전하고 신성 양지희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소 위안거리.
하지만 2라운드에 비해 정신적인 방심이 보인다는 부분은 정인교 감독에게 적지않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을 듯 하다. 전체적으로 많이 뛰는 농구를 하는 탓에 체력적인 부침에 의한 현상을 겪고 있는 것도 부진에 한몫을 거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인 전력 열세를 정신력과 한발 더 뛰는 농구로 커버했던 신세계 입장에서 정신적 해이는 패배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헝그리 베스트 파이브를 연상케하는 신세계가 지난 시즌 보여주었던 돌풍을 일으키기를 다시한번 기대해본다.
천안 KB국민은행 세이버스 (3라운드 성적 - 1승 4패, 5승 10패 - 공동 4위)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2라운드 1승 4패로 하향곡선을 탄 KB국민은행은 3라운드에도 같은 성적을 기록하면서 '난감함'에 빠졌다.
주포인 변연하가 2라운드 부진을 딛고 연일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트윈타워 김수연이 알수없는 슬럼프에 빠졌고, 믿었던 김영옥 활약도 들쑥날쑥이다. 그리고 박선영과 김지현 포인트 가드도 제역할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한다.
가장 문제점은 수비 조직력이다. 수비 농구 대명사인 정덕화 감독 부임 이후에도 어이없는 실점이 동반되며 상대에게 다득점을 내주고 있다. 위치 선정이나 공간을 메꾸는 방법이 2% 부족한 모습이다. 20초 동안 효율적인 수비가 4초 동안 공간을 내주면서 실점을 하고 만다.
KB국민은행 정덕화 감독은 '감독 생활 중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듯 하다. 선수들 정신적인 문제가 가장 큰 약점이다. 고비처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경기를 내주는 경우가 많다. 혼내고 달래고 해보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답이 없다.'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다시봐도 KB국민은행 구성원은 이상적이다. 집중력과 밸런스 회복이 큰 해답을 줄것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춘천 우리은행 한새 (3라운드 성적 - 3승 2패, 5승 10패 - 공동 4위)
3라운드 예상외 성적을 거두면서 팬과 관계자에게 많은 이슈를 던져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2라운드까지 8패를 당한 데다, 적지않은 경기력 기복으로 순위싸움에 끼어들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홍현희 복귀와 임영희 활약이 동반된 3라운드 3승을 거두고 단숨에 공동 4위로 뛰어올랐다. 상승세의 가장 큰 힘을 보탠 건 임영희라 할 수 있다. 임영희는 3라운드 들어 매 경기 20점을 넘나드는 활약을 펼치면서 김계령에게 부담을 덜어주었고, 팀에게는 득점을 선물했다.
김계령은 임영희가 득점에 가담하자 부담을 덜은 듯 연일 가벼운 몸놀림으로 득점포에 가속을 부쳤고, 임영희와 투맨 게임을 통해 상대 수비를 확실한 곤경에 빠드렸다. 부상으로 출장이 적었던 홍현희도 복귀와 함께 우리은행에 활력소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아직 제 컨디션은 아니지만 매 경기 10점에 가까운 득점포와 수비에서 큰 몫을 해주고 있는 등 좋은 활약을 이어가며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
우리은행 정태균 감독은 '라운드를 거듭할 수록 좋은 경기력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의 성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제 외곽슛만 터져준다면 시즌 전 그린 그림을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3라운드 성적이 깜짝 활약이 아님을 내비쳤다.
우리은행이 2라운드까지 6위에 굴욕을 씻고 새로운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어디까지 치고올라 가는 지 자못 기대가 모아지는 지금이다.
- WKB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