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국민은행 정선민(31.185cm)은 코트 위에서 뛰는 것이 안쓰러울 정도로 무릎 부상이 심했지만 해결사 기질만큼은 버리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의 득점과 리바운드, 그리고 승부를 가르는 가로채기 등 정선민(23점 8리바운드)이 분전한 국민은행이 금융 라이벌 춘천 우리은행을 꺾고 4연승을 달렸다. 국민은행은 21일 천안 유관순 체육관에서 열린 2005 KB 스타배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에서 7연승을 달리던 우리은행을 맞아 연장까지가는 접전 끝에 74-71로 물리쳤다. 우리은행이 안방에서 정규리그 우승 샴페인을 터트리는 것을 막은 것.
2003년 겨울리그에 이어 두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꿈꾸던 박명수 우리은행 감독도 그 꿈을 잠시 미루게 됐다. 우리은행은 3경기를 남겨 놓은 현재 12승 5패를 마크, 2위 국민은행(9승 8패)과 3경기 차를 보여 아직은 절대 유리한 상황이다.
이날 경기는 백전노장 정선민이 아직 살아 있음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득점과 리바운드 등 겉으로 드러나는 성적도 좋았지만 정선민은 위기에서 팀 후배들을 독려하며 경기를 이끌었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이 해결사로 나섰다. 파울트러블에 걸린 우리은행 밀러를 4쿼터 5분 9초를 남기고 노련한 공격으로 5반칙 퇴장시켰고 팀의 연장 첫 득점과 마지막 득점을 모두 자신의 해결하며 4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특히 연장 종료 16초를 남기고 72-71로 앞선 상황에서 드리블하던 우리은행 김영옥의 볼을 가로채기한 것은 이 날 플레이의 압권이었다. 오른쪽 발목 연골 수술의 후유증으로 주사를 맞고 출전할 정도로 통증이 심한 정선민이지만 이 날 경기서 무려 43분 이상을 뛰는 악착같은 투혼을 보이기도 했다.
정선민은 "부상 부위에 신경써야 하고 팀도 조율해야 해 체력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다"며 "한 경기 한 경기가 챔프전처럼 힘들지만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후회없이 뛰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솔직히 주변에서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스스로 인정할 정도로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됐다"는 정선민은 "그러나 다리가 부러지더라도 어차피 마지막이란 각오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며 굳은 의지를 잊지 않았다.
한편 우리은행은 가드 밀러와 조혜진이 2쿼터서 일찌감치 파울트러블에 걸렸고 결정적인 순간 연이은 실책을 범하며 첫 8연승과 정규리그 우승의 꿈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by 일간스포츠 천안 김태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