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방에서 우승잔치를 하게 할 수는 없지.”
‘매직넘버 1’을 남겨둔 춘천 우리은행은 21일 천안 국민은행만 이기면 정규리그 우승의 헹가래를 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수술했던 발목 부상이 도져 부진하던 정선민이 “우리은행의 우승 잔치가 우리 홈코트에서 벌어지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며 이를 악물고 투혼을 발휘한 탓에 국민은행은 결국 홈을 사수해냈다.
국민은행이 ‘은행 라이벌’ 우리은행의 우승 잔치를 저지하고 4연승의 휘파람을 불었다. 정선민은 2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05 KB스타배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홈경기에서 23점 8리바운드로 맹활약, 팀의 74-71 승리를 이끌었다. 신정자도 8점 15리바운드로 거들며 정선민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이로써 2위 국민은행은 9승8패를 기록, 공동 3위인 삼성생명과 금호생명(이상 8승9패)을 1경기차로 따돌리고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매 경기를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뛴다”는 정선민은 “쟁쟁한 후배들에게 밀리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리라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기에 포기하는 부분이 많았다. 감독님께 꾸중도 들었지만 그렇게라도 안 하면 너무 힘들다”며 그간의 고충도 토로했다. “‘내가 못하면 남들이 하겠지’하고 자꾸 미루는 일도 많아졌다”고도 털어놨다.
하지만 홈에서 남의 잔칫상을 펴도록 하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을 다잡은 이날 만큼은 달랐다. 정선민 스스로도 “오늘이 올시즌 자신의 최고의 플레이”라고 자찬할 정도. 연장전을 시작하자마자 기습적인 미들슛을 링에 꽂아 기세를 올린 정선민은 71-70으로 쫓긴 종료 4초전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낸 뒤 자유투 2개를 모두 침착하게 성공시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김영옥(24점 5어시스트 4스틸)이 분전한 우리은행은 66-63으로 앞선 4쿼터 막판 니키 티즐리(24점)에게 동점 3점포를 허용한 것이 뼈아팠다.
by 스포츠한국 오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