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별 리뷰 네번째 주인공은 구리 KDB생명이다. 구리 KDB생명은 2009~2010시즌 이후 감독 해임과 모구단 교체 등 많은 위기를 겪으면서 하위권으로 분류되었던 팀이다.
하지만 KDB생명은 정규리그 3위와 챔프전 진출이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도출시키면서 관계자와 팬들을 놀라게 했다. 여자농구에서 잔뼈가 굵은 김영주 감독 지도력과 조직력이라는 키워드과 멋지게 어우러지며 만들어낸 결과였다. KDB생명을 돌아보자.
시즌 성적 - 18승 17패(공동 3위),득점 - 63.1점(4위), 리바운드 - 32.3개(4위), 어시스트 - 13.1개(5위)
불안했던 출발, 반전으로 마무리
구리 KDB생명은 2010~2011 시즌 전 모 기업과 감독 교체로 인해 많은 위기설이 흘러나왔다. 금호생명이 한국산업은행으로 인수되며 구단의 존폐설이 퍼져나왔고, 금호생명을 조직력의 팀으로 이끌었던 전임 이상윤 감독을 김영주 감독으로 교체하는 등 안팎으로 많은 사건들이 터져나왔다.
시작도 다르지 않았다. 젊은 선수층으로 인해 고비처에서 번번히 무너지며 예상과 같이 하위권에 머물 것이 확실시 되었다. 하지만 KDB생명은 라운드를 거듭하며 조직력이라는 이름을 바탕으로 점점 선전을 펼치더니 어느새 3위까지 치고 올라가는 저력을 선보였다.
김영주 감독은 오랜 여자농구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과 원활한 커뮤케이션 능력을 보여주었고, 선수들도 감독의 배려에 화답하듯 집중력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준 것이다.
초반 부진했던 신정자가 컨디션을 계속해서 끌어올리면서 확실한 버팀목이 되어주었고, 홍현희도 우리은행 시절에 보기 힘든 허슬 플레이를 앞세워 골밑을 지켜주었다. 또한, 이경은은 완숙 단계에 가까운 기량을 보여주면서 어느 팀과 경기에서도 백코트 밸런스를 맞춰냈다.
그렇게 KDB생명은 화합과 배려를 바탕으로 정규리그 3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챔프전까지 진출하며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신정자와 이경은, 확실한 중심으로 거듭나다.
KDB생명이 챔프전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선수는 신정자와 이경은이다. 홍현희의 분전과 한채진과 조은주 성장, 그리고 김보미 활약도 무시할 수 없지만, 기둥으로 성장한 두 선수는 고비처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며 팀을 전방에서 이끌었다.
주장인 신정자는 정규리그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던 것과 달랐다. 시즌 전 아시안 게임과 세계 선수권 대회 출전과 여러 군데 부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움직임과 직결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라운드를 거듭하면서 본연의 리바운드 능력과 미들슛이 살아났고, 리더로서 한계까지 극복해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1차전, 신정자는 그림같은 버저비터 미들슛을 성공시키면서 팀에 귀중한 1승을 선물하면서 챔프전 진출을 메이킹했다.
이경은은 세계 선수권 대회와 아시안 게임 이후 자신감이 부쩍 좋아졌고, 기복이 있었던 2008~2009 시즌과 달리 확실히 안정된 모습으로 야전사령관이 되어 있었다. 두 선수는 김영주 감독과 함께 KDB생명 리더쉽을 나누면서 팀을 강호에 반열에 올려 놓았던 것이다.
반전의 플레이오프, 그리고 챔프전 진출
플레이오프 이전 어느 누구도 KDB생명 챔프전 진출을 예상하지 않았다. 챔프전은 신한은행과 삼성생명 대결이라는 예상이 지배적, 혹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KDB생명은 정규리그 내내 보여준 끈끈함과 함께 행운이 찾아 들었다.
플레이오프 상대였던 삼성생명 센터 이종애가 부상으로 결장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이종애는 높이에 약점이 있는 삼성생명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반면 KDB생명은 신정자와 홍현희 더블 포스트로 인해 유일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이 인사이드였다.
미디어 데이에 참석한 김영주 감독과 신정자, 이경은은 행사에 참석한 누구보다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많은 이슈를 만들어내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리고 플레이오프를 통해 그 자신감이 결코 자만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1차전에서 삼성생명 경험에 말려 고전했지만, 신정자의 그림같은 버저비터 미들슛으로 승리를 따내면서 반전 드라마를 만들었고, 1차전 승리의 자신감을 이어가며 3승 1패로 삼성생명을 물리치고 챔프전에 진출하는 기쁨을 누렸다.
4년째 계속된 신한은행과 삼성생명 결승전 구도를 깬 쾌거로, 관계자와 팬들에게 많은 기쁨을 선사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챔프전, KDB생명은 한 게임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이경은 부상 투혼과 선수들 집중력이 계속되면서 신한은행과 대등함이 어울리는 챔프전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오랫만에 터진 WKBL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인 된 KDB생명은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하며 시즌을 정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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