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주의 작은 날갯짓이 신한은행의 코트에 변화를 이끈다.
인천 신한은행은 지난 22일 경기도 용인시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과의 시범경기에서 57-64로 졌다. 경기 전 만난 신한은행 정인교 감독은 “공격(전술)을 감추지만, 다이내믹하게 움직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두 팀 다 발톱을 감춘 채 경기했다. 신한은행은 김단비와 카리마 크리스마스가 결장하기도 했다.
정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승패보다 부족한 부분을 찾는 것에 집중했다. 눈여겨 본 것은 하은주(202cm, C)와 제시카 브릴랜드(191cm, F)의 조합이었다. 지난 4월 정인교 감독은 신한은행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때부터 “하은주를 살려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은주를 코트에서 살리기 위한 정인교 감독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지난 시즌과 달리 장신 외국선수를 선발해 하은주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191cm 신장을 가진 제시카 브릴랜드를 1라운드에서 선발했다. 지난 시즌 하은주는 데뷔 후 WKBL에서 가장 저조한 기록을 남겼다. 정규리그 17경기 평균 10.12초를 뛰며 3.18득점 2.18리바운드를 올렸다.
이날 경기에서 정인교 감독이 펼칠 농구가 살며시 윤곽을 드러냈다. 하은주는 브릴랜드와 같이 코트에 등장했고, 하은주는 삼성 켈리 케인, 브릴랜드는 삼성의 국내 빅맨을 맡았다.
하지만 눈에 띄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브릴랜드는 이날 12득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지만 하은주는 14.39분간 나서 2득점 5리바운드에 그쳤다. 실제 공격 전술을 감추고 자유로운 역할을 부여한 경기였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분명했다.
정인교 감독은 “오늘은 안 될 거라 훈련 때부터 생각했다. 브릴랜드가 하은주와 나갈 때 국내선수와 매치되면, 이겨줘야 하는데 아직은 부족하다”라고 말하며 “(시즌에는)달라져야 한다. 그래야 분명한 강점이 생긴다. 케인이 하은주를 맡았을 때 브릴랜드가 국내선수를 이겨줘야 한다. 브릴랜드가 포스트에서 우위를 점해야 팀에 기회가 난다”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이 설명만으로 정 감독이 하은주와 브릴랜드의 득점에만 초점을 맞춘것 같다. 그러나 정인교 감독이 노리는 바는 다르다. 정 감독이 진짜 노리는 것은 하은주가 가져올 코트 안 나비효과다.
그는 “하은주로 인해 가장 혜택을 보는 선수는 곽주영이다. 하은주로 인해 브릴랜드와 곽주영이 파생되는 플레이에서 해줘야 한다. 움직임이 맞아 가면, 다른 선수들이 이득을 볼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곽주영은 삼성과의 경기에서도 17득점 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하은주의 나비효과는 시즌이 돌입되어 정인교 감독의 전술이 더해질 때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신한은행은 오늘 11월 2일 부천 하나외환을 상대로 2014-2015시즌 첫 경기를 가진다. 하은주의 날갯짓이 코트 안 어떤 변화를 이끌지 신한은행의 경기를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