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 타임'이 삼성을 구했다. 마지막 75초 동안 홀로 6점을 해치웠다.
모니크 커리(16득점)가 위닝샷을 성공시킨 용인 삼성은 19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2014-2015 여자프로농구 2라운드 첫 경기에서 56-55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하나외환은 3연패에 빠지게 됐다.
시작부터 저득점 양상을 보였던 경기였지만 마지막 1분 15초 동안 8점이 오고갔다. 삼성은 종료 3분 10초 전, 김이슬과 정선화에게 내리 5점을 허용해 50-53으로 리드를 당하며 분위기가 어두웠다.
한동안 점수를 내지 못했던 두 팀의 정적을 깬 선수는 바로 커리였다. 커리는 1분 15초를 남기고 플로터를 성공시켜 1점차(52-53)로 점수차를 좁힌데 이어 종료 22.8초 전에는 기습적인 스탭백 점프슛을 성공시켜 54-53으로 역전시켰다.
하나외환도 이어진 공격에서 오디세이 심스(16득점 4어시스트)의 어시스트를 받은 백지은의 골밑 슛으로 55-54로 경기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남은 시간은 15초. 타임아웃이 없는 상황에서 커리는 그대로 림으로 돌진해 특유의 레이업을 성공시켰다. 56-55로 다시 경기를 뒤집는 순간이었다. 하나외환은 심스가 마지막 공격을 시도했지만, 하프라인도 넘지 못한 채 무너지고 말았다.
1라운드에서도 두 팀은 마지막까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승부를 펼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하나외환은 4쿼터에 김정은을 부상으로 잃으면서 막판에 무너져야 했다. 그 후 김정은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으며, 하나외환은 김정은 없이 3연패째를 맛봐야 했다.
이날 경기 시작은 두 팀 모두 저조했다.
하나외환과 삼성 모두 각각 24, 12%라는 저조한 야투 성공률을 기록했다. 켈리 케인을 투입해 신장의 우위를 점하고자 했던 삼성이지만 정작 켈리 손에서 끝난 득점은 2점 뿐이었다. 삼성은 1쿼터에 5개의 실책을 범했다. 여전히 엘리사 토마스와 김정은이라는 주포를 놓은 채 경기에 임한 하나외환은 한 발 더 뛰는 수비로 삼성의 밸런스를 무너뜨렸다. 이 가운데 오디세이 심스는 하나외환이 1쿼터에 올린 11점 중 9점을 홀로 올리면서 팀을 이끌었다.
2쿼터도 흐름은 비슷했다. 다만 삼성이 한 발 더 앞서갔다. 최희진의 3점슛과 배혜윤의 골 밑 공략이 먹혀든 것. 2쿼터에 투입된 이미선은 2쿼터를 풀로 소화하며 어시스트 3개를 기록, 팀의 공수를 주도했다.
하나외환은 심스와 강이슬만이 득점을 올렸다. 홍보람과 백지은, 정선화 등의 야투는 단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공격 부진을 겪었다. 결국 전반은 삼성이 26-21로 앞선 채 마쳤다.
엎치락뒤치락하는 분위기는 후반에도 이어졌다. 어느 한 팀도 멀리 달아나지 못했다. 모니크 커리가 3쿼터 시작과 함께 2득점을 성공시켜 점수차를 7점차(28-21)로 벌렸으나 이내 백지은과 이유진에게 내리 실점을 허용해 3점차(25-28)까지 좁혀졌다.
삼성은 이후로도 근소하게 리드를 지켰다. 3쿼터 중반에는 이미선의 속공 득점이 이어지면서 36-27까지 달아난 상황도 있었다. 그러나 쿼터 마무리가 안 좋았다. 교체 투입된 엠버 해리스의 연속 득점에 강이슬의 속공 득점이 성공되면서 하나외환은 38-39까지 좁히면서 마지막 쿼터에 돌입했다. 삼성은 달아나야 할 시점에 나온 실책이 아쉬운 대목이었다.
4쿼터가 되어서도 두 팀은 리드를 주고 받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하나외환의 외국선수 엠버 해리스가 감을 잡았다는 것. 해리스의 연속 득점으로 하나외환은 45-39까지 달아나기도 했다. 해리스는 켈리 케인과 매치업 되면 외곽에서부터 치고 들어가 득점을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오래 경기를 쉰 탓인지 다소 둔해보였지만, 오랜만에 WKBL 복귀전에서 14득점을 올리며 좋은 인상을 남겼다.
벌어진 간극을 봉합하는 역할은 고아라와 배혜윤이 맡았다. 고아라의 3점슛으로 42-45로 쫓아간 삼성은 이날 12점으로 활약한 배혜윤의 인사이드 득점 덕분에 다시 50-48로 역전할 수 있었다. 하나외환은 김이슬의 3점슛으로 다시 경기를 뒤집었지만, 끝내 커리의 쇼타임을 막지 못한 채 경기를 접어야 했다.
하나외환에서는 심스와 해리스 외에 강이슬만이 10득점으로 제 몫을 해주었다. 삼성은 켈리 케인이 6득점 15리바운드로 분투했다.
한편 삼성은 22일 홈구장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우리은행을 상대로 2연승에 도전한다. 반면 하나외환은 이튿날인 23일, 구리 KDB생명을 홈으로 불러들여 연패 탈출을 시도한다.